"인사 안 하나"...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D-데이', 시작부터 날 선 여야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가 서로를 향한 날선 신경전을 주고 받았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회를 인민재판소로 만든다"고 했고 민주당은 여당을 향해 "이 사태를 누가 초래했는지 돌아보라"고 맞받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발언을 마치고 의장석을 향해 인사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은 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표결에 앞선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국회를 망가뜨리고 있다. 국회의 입법기관을 착취하고 있다"며 "22대 국회가 개헌한 지 50일 남짓인데 청문회에 증인과 참고인을 무려 250명 넘게 채택해 부르고 있다. 알량한 권력으로 갑질한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회의사당을 인민재판소로 만들고 있다. 국회선진화법마저 무력화하고 있다"며 "안건조정위원회는 90일간 쟁점법안을 숙의하는 과정인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아니 불법파업조장법을 단 2시간 반 만에 통과시키는 등 꼼수가 일상"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늘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했다. 우리 당의 분열을 소망하는 오늘의 얄팍한 전략에 국민의힘은 표결 결과로 당당히 답할 것"이라며 "(이날 상정 예정인)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도 부조리하다. 이런 저런 명분을 달지만 결국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하기 위함이다. 국민의 공영방송을 민주당을 위한 유튜브로 만들 작정인가"라고 했다.
또 "국회의장의 중재 말씀도 들었습니다만 중재안이란 양쪽 다 동의되는 제안일 때 중재안이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결론적으로 민주당 방송장악을 위한 또 다른 표현이었다. 국회의장은 방송장악4법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쌓기에 애쓰시기보다 어제 어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앞에 모인 언론노조들을 몰아내고 국회 내 질서를 바로잡아주셨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의힘 의원들 신뢰를 얻으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해설에 국회는 분명 '합의제 기관'이라 돼 있다. 의사일정을 합의해 진행해 달라"며 "21대 국회 때 폐기된 법안도 이제 그만 올리라. 민주당은 사람이 먼저라는데 개딸(개혁의 딸들)과 민주당원만 존중하실 건가. 상대당 의원과 회의 참석자들도 사람이다. 존중해 달라"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발언을 마치고 인사없이 자리로 돌아간 배준영 원내수석을 향해 "인사 안하고 가시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제가 늘 말씀드립니만 국회의장은 여도 야도 아닙니다. 국민의 편"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도중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항의성 고함이 나오기도 했다.
우 의장은 "그렇게 인사도 안하고 국회의장 권위에 대해서 도전하는 일은 결코 어느 정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배준영 의원 수고하셨다"고 했다.
이어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입법폭주를 하고 있다고 하나. 국회를 함부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고 있나"라며 "돌아보라. 지금 이 사태를 누가 초래했는지 돌아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있고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남발하고 있다. 그러더니 이젠 여당이 국민의 민심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회에서는 최소한의 예의도 걷어차 버리는 이런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이것이 바로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심판 받은 이유"라고 했다.
또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 기본 원리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 처리가 항상 원칙인 것이 아니다. 합의할 수 있으면 합의하면 좋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여당이 국회 의무를 내팽겨치면 합의가 되겠나"라며 "그 때 원칙으로 돌아가 다수결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늘 본회의에서는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법안들이 상정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채해병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 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 결의안, 방송 정화를 위한 방송4법 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과 절차에 따라 상정된 법안을 국회에서 의결하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 되고 국회가 스스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우 의장은 "국회의장으로 한 말씀 드린다"며 "방송4법 입법과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을 둘러싼 여야 극단 대립으로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국민들께도 송구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강대강 대결에서 벗어나고자 정부, 여야에 (방송 4법 관련) 중재안을 드렸던 것이다. 이는 가장 먼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 한 발씩 물러나는 것이 일보 전진을 위한 길이라 생각해서 드린 것"이라고 했다.
또 "의장의 중재안이 거부된 이상 더 기다릴 수는 없다. 국회의장은 22대 국회를 구성한 민심을 반영한 국회를 만들 의무가 있다"며 "상황 변화가 없기에 저는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오늘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들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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