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확률형 아이템 규제, 확률 공개만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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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올해 3월부터 시행됐다.
수년간 논란이 돼 온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게임사가 확률 정보를 허위로 표기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도 지난 3월 국회에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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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올해 3월부터 시행됐다. 수년간 논란이 돼 온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게임사가 확률 정보를 허위로 표기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도 지난 3월 국회에 발의됐다. 기업 스스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법의 취지는 게임사들의 지나친 횡포를 막고 이용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게임산업법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확률을 공개하는 것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확률 공개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보다 우선돼야 할 점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예컨대 영국에서는 자율규제를 진행하면서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제한하도록 했다. 호주에서는 게임 내 확률 요소를 포함한 경우 15세 미만은 이용하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이들 국가는 미성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이 지나친 상술로 판단되거나 도박에 준할 경우에만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확률을 속이느냐 마느냐는 그 다음 문제인데, 국내에선 이 부분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외 게임사와 역차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확률형 아이템 표기 의무 위반 적발 내역’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지난 3월 이후 3개월 동안 96개 게임사가 261건의 위반행위를 했으며, 이중 해외 게임사가 59개사 158건으로 6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게임사의 70%는 중국, 홍콩 게임사들이었으며 이들의 위반사항 시정 완료율은 77%에 불과했다. 연락조차 되지 않는 해외 게임사도 4곳에 달했다. 해외 게임사의 경우 확률을 조작하다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해도 이용자 피해를 막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하는 경우 관리할 방법도 없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오히려 중소 게임사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선 3년 평균 연 매출이 1억원 이하인 회사들에 대해 확률 표기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사실상 거의 모든 회사가 확률 표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같은 대기업들의 경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인디 게임사들에게는 정확한 확률을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새롭게 확률 정보를 기입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확률 표기 법안이 복잡해지거나 규제가 강화될 수록 작은 회사들에게는 타격이 더욱 크다. 이런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규제만 강화하면 게임 산업의 다양성을 해치고 오히려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모델(BM)을 바꾸려면 게임 장르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수익 모델이 여의치 않다”며 “P의 거짓이나 스텔라 블레이드 같은 A급 콘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서브컬처나 방치형 게임은 이용자들에게 오래 인기를 끌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단칼에 끊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나친 규제를 하기보다는 사각지대가 없도록 규제를 보완하고, 게임 창작자들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좋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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