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 59일째…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 원점타격 가능성 더 잘 알 것”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시 원점 타격이라는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해서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통일부가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전단 살포시 북한이 공언한 원점타격이 실행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에 자제를 촉구할 계획을 묻자 “과거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원점 타격을 하겠다는 식의 위협을 몇차례 했기 때문에 해당 단체들도 그런 상황에 대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언론에 나와 단체들이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위험을 인지시키고 자제를 요구하는 등 통일부 차원의 별도 소통이 필요하지는 않으며 표현의 자유라는 차원으로 본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우리가 먼저 꺼낸 “원점 타격“ 불안 가중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날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측의 전단 살포용 풍선 격추나 풍선을 날리는 거점에 대한 총격이나 포격을 행할 가능성도 있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신 장관은 아울러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지뢰 매설이나 무인기를 사용한 전단 살포,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사이버 공격 등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여정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새로운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첫 오물풍선을 보낸 5월 28일 이후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요구하는 김여정 부부장 명의의 담화는 총 5차례 나왔다. 그때마다 새로운 대북전단이 북한 땅에 떨어졌다고 공개하면서 맞대응을 예고했다.
5월 29일에는 “우리는 앞으로 한국것들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오물량의 몇십배로 건당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6월9일에는 “만약 한국이 국경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쉴 새 없이 휴지를 주어담아야 하는 곤혹은 대한민국의 일상이 될 것이다. 나는 서울이 더이상의 대결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6월21일에는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렸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7월 14일에는 “우리의 대응방침에 대하여 충분히 소개하였다. 한국것들은 곤혹스러운 일에 지치게 될것이며 마땅히 더러운 짓을 한 대가에 대하여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7월 16일 담화에서는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한국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달째 수수방관
일부 반북단체의 대북전단과 북한의 오물풍선 맞투기로 악순환은 두달째 지속되고 있다. 접경지역에서 군사분계선 이남 우리측 지역에 원점 타격이라는 물리적 충돌이 가능성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전단 살포 단체를 만류하거나 제지, 처벌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은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왜곡해 대북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라며 사실상 독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난 남북관계발전법 처벌조항 외에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항공안전법 등 위반 소지가 있는 활동이며 남북관계발전법과 남북기본합의서 등이 여전히 전단 살포를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대안 입법이 추진되자 통일부는 지난 17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업무보고 자료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상임위에 제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을 나열(이재강·윤후덕·이용선·박지혜, 통일부 기재 순)하고 “대북전단관련 법률 개정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임을 강조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등 고려, 신중 검토 필요”라고 기재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후속 대책 마련에 대해 정부는 “국회에서 후속 입법이 있어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에 공을 넘기고 있었으나, 막상 6개월여만에 국회 외통위가 열리자 갓 제출돼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개정안들에 “신중“하라는 경고성 코멘트를 한 셈이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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