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노리다 무리수…'큐텐' 구영배, 티몬·위메프 망해도 책임 피한다?
18일 급거 귀국해 대책 논의 중..."책임지겠다" 간접적 의사 표시만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면서 정부가 긴급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시장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선 두 회사의 법정관리 설까지 거론되며 피해 수습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의 실질적 오너인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 큐텐(Qoo10)의 최대주주인 구영배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한다.
다만 구 대표가 현재 두 회사의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법률적인 책임은 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25일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구영배 대표는 큐텐 국내 계열사 위메프와 티몬의 사내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현재 티몬 사내이사는 류광진 대표이사와 G마켓 출신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가 맡고 있다. 감사는 지난해 10월까지 위메프 공동대표를 역임한 김효종 큐텐테크놀로지(전 지오시스) 대표다. 큐텐테크롤로지는 큐텐의 플랫폼 기획과 솔류션 개발을 담당하는 정보기술(IT) 자회사다.
위메프의 사내이사는 류화현 대표이사와 최길형 개발본부장이 등재돼 있다. 감사는 큐텐의 이시준 재무본부장이다.
큐텐 그룹 핵심 관계자들이 국내 이커머스 계열사의 감사를 맡았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배임 등 위법 행위를 견제하는 책임과 권한이 있는 '감사' 직책까지 내부 인사를 앉혀 '이해관계 상충' 우려가 제기된다.
큐텐 그룹이 자본잠식 상태인 위메프, 티몬 등을 연이어 인수한 뒤 다른 계열사 대표를 감사로 선임해 인수 후 악화한 회사 재무 상태 노출이 최소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티몬은 지난해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 기한이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시하지 않고 있다.
구영배 대표는 G마켓 창업자로 국내 '이커머스 1세대'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2000년부터 인터파크에서 일을 시작해 경매 서비스 '구스닥'을 만들고, 이를 사내 벤처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이후 사명을 G마켓으로 바꿨고 2009년 미국 이베이에 3억5000만달러(약 4500억원)에 매각했다.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한 것은 G마켓 매각 당시 '최대 10년간 한국 시장에 같은 업종으로 경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겸업 금지 조항 때문이었다. 약속된 기간이 끝난 직후 구영배 대표는 다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등장했다.
2022년 9월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했고 지난해 3월 말 인터파크커머스(쇼핑, 도서 사업)를, 일주일 뒤에 위메프까지 품었다. 올해 들어 해외 플랫폼 위시와 애경그룹 AK몰까지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분교환 방식을 활용한 '무자본' 인수였다. 하지만 인터파크커머스는 1500억원, 위시는 2300억원. AK몰은 5억원의 인수 자금이 투입됐다. 국내외 여러 이커머스 업체를 사들여 거래 물량을 늘리고 이를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에 집중시켜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겠다는 게 구영배 대표의 노림수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 같은 구상은 현실화하기 어려워졌다. 회사 정상화와 판매자, 소비자 피해 복구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영배 대표는 지난 18일 귀국해 계열사 대표들과 수습책을 논의 중이나 현재까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을 위해 신규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특히 오픈마켓 사업은 유무형 자산이 없고, 신뢰가 담보인데 이번 사태로 이런 부분이 크게 훼손돼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하는 것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구영배 대표는 아직 외부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에 "지금은 상황을 안정화시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번 사안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업계에선 구영배 대표가 티몬, 위메프 인수를 비롯해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사태 수습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오픈마켓 사업은 금융시스템이 안정화한 나라에서만 가능한데, 이번 사태로 관련 시장이 흔들리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시장 점유율 5~6위권 업체도 재무 상태가 불안하다는 게 확인되면 신규 셀러 유치가 어려워져 국내 다른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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