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탓 중병 아버지 방치 숨지게 한 ‘간병살인’ 20대 가석방

백경열 기자 2024. 7. 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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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자립 도움줄 것”
간병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극심한 생활고 탓에 투병 중인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복역 중인 20대가 형 집행 종료를 앞두고 가석방된다.

25일 사단법인 ‘전태일의친구들’에 따르면, 존속살해 혐의로 2021년 11월 징역 4년형을 확정받고 현재 경북 상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A씨(25)가 오는 30일 가석방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23일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모범적인 수감 생활 등을 이유로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자는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다.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1년 가까이 돌보던 자신의 아버지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씨 아버지는 2020년 9월부터 대구 달서구와 남구에 있는 병원 등지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어려운 형편 탓에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이듬해 4월23일 아버지를 퇴원시켰다. 당시 A씨 아버지는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돼 혼자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고, 정상적인 음식 섭취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A씨는 퇴원 다음날부터 아버지에게 처방약을 주지 않고 정상적인 영양 공급을 위해 섭취가 필요한 치료식도 적게 줬다. 이후 약 8일 동안 치료식은 물론, 물과 처방약의 제공을 끊고 아버지의 방에 전혀 들어가지 않는 방식으로 방치했다.

그 결과 A씨 아버지는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이 발병하면서 결국 숨졌다. A씨는 범행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A씨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연 등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이른바 ‘간병살인’으로 불리는 등 주목을 받았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등에서 A씨의 선처를 구하거나 감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태일의친구들 등은 A씨가 가석방된 후 직장과 주거를 구하는 등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줄 예정이다. 앞서 전태일 열사 여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과 이 단체측은 A씨 사건 소식을 접한 이후부터 변호사 지원 등 활동을 벌여왔다.

전태일의친구들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어떤 도움을 제공할 지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A씨와 상의해 자립할 수 있게 힘이 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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