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섭 “아내 장례식 안 가” 이혼? NO, 졸혼 선언 ★들[스타와치]

위부터 임예진(사진=MBN ‘속풀이쇼 동치미’), 김갑수(사진=JTBC ‘막나가쇼’), 신성일(사진=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

[뉴스엔 이해정 기자]

'돌싱글즈' '돌싱포맨' '이제 혼자다' 등 이혼 예능의 홍수 속 이혼이 아닌 졸혼을 선언한 스타들이 화제다.

졸혼(卒婚)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부부가 서로의 인생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각자의 인생을 즐기는 삶을 뜻한다.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집필한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연예계에서도 '졸혼'이라는 키워드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배우 백일섭은 2016년 73세의 나이로 졸혼을 선언, 이 일로 딸과 7년간 절연을 하기도 했다. 백일섭은 졸혼한 이유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나 계기는 없고 언제부턴가 그냥 혼자 나가 살아야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7월 24일 방송된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에 출연해 '아내 소식을 듣고 있냐'는 질문에 "며느리가 가끔씩 전해주는데 내가 안 들으려 한다. 아내를 생각할 이유가 없지 않나. 정을 뗐다"고 단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추후 아내 장례식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결합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졸혼 자체를 잘한 건 아니다. 끝까지 사는 게 원칙이지만 나도 이기적이라 좀 살고 싶었다"고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결혼 36년 차인 배우 임예진도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 출연해 "7~8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혼 생활이 어떻다는 게 아니라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있고 싶어서 졸혼 이야기를 한번 꺼냈다가 몇 초도 안 돼 바로 접었다. (남편이) 할 거면 이혼하지 무슨 졸혼이냐더라"고 졸혼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남편의 차에서 여자 작가가 '사랑하는 창욱 씨게. 마음과 존경을 담아서'라고 쓴 손편지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폭로하며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예진은 1989년 동갑내기 최창욱 PD와 결혼해 슬하에 딸 1명을 뒀다.

30년 넘게 부부 생활을 이어온 후 졸혼 14년 차에 접어드는 시인 김갑수는 "결혼해서 3년만 정상적으로 살고 변화가 많았다"며 "이혼, 결혼만 있는 게 아니라 졸혼도 있다"고 졸혼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졸혼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내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우 고(故) 신성일 역시 졸혼을 선언했던 유명인 중 한 명이었다. 고인은 과거 한 방송에서 부인 엄앵란과 1978년부터 40년간 졸혼 생활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이후 신성일은 출간 기념회에서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광고가 끊기고 불매 운동이 이는 등 후폭풍을 감당해야 했다. 이에 신성일은 "엄앵란도 애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몰래 만나면) 아내하고 나의 인간적인 신의가 허물어져 버린다고 생각했다"고 연애를 인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신성일은 지난 2018년 11월 4일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졸혼은 사회적 풍속일 뿐 법적으로 인정되는 형태는 아니다. 자녀 양육 책임, 경제권 등 여전히 법적으로 함께 나누고 짊어져야 할 짐도 있다. 그럼에도 졸혼 선언이 늘어나는 이유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혼 절차를 밟지 않고도 각자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혼인관계는 결혼과 이혼으로 양분돼 왔으나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혼이 늘어나고 친구나 애인과 동거하는 가구가 생겨나는 등 가정의 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노년층도 마찬가지다. 결혼제도를 기피하는 청년층처럼 제도에 묶여 지쳐있던 노년 부부들이 졸혼이라는 새 선택지를 맞이하고 있는 것. 늘어난 수명만큼 노년의 삶을 새롭게 살아보고자 하는 노력이 반영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부부는 흔히 무촌이라고 한다. 촌수가 없을 만큼 긴밀하다는 뜻인데 역으로 말하자면 촌수가 없을 만큼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때로는 한 몸처럼 가깝고 때로는 남보다도 못하게 멀어지는 게 부부라면 그 사이 잠시 멈춰가는 관계도 있는 것 아닐까.

뉴스엔 이해정 hae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