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예쁘면 그만? 제 발등 찍는 아이돌 의상 나비 효과

곽현수 2024. 7. 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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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자)아이들 공식 트위터

(여자) 아이들이 음악방송 활동 중 무대의상에 새겨진 표장 때문에 난감한 해프닝의 중심에 섰다.

(여자) 아이들은 지난 19일 KBS2 '뮤직뱅크' 무대에서 라이프가드(인명구조대) 콘셉트의 무대 의상을 입고 '클락션(Klaxon)'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 이들은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에 이 의상을 입고 따로 촬영한 사진까지 게시했다.

그러나 흰 바탕에 붉은색 십자가 표장이 새겨진 이 의상은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르면 적십자 표장 및 유사 표장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 적십자사 측은 "고의로 적십자 엠블럼을 사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만큼 관련 내용 확인 후 재발 방지를 요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으며, (여자) 아이들의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도 "해당 무대 의상에 문제가 있던 점을 인지하고 대한적십자사와 연락하여 사과 후 재발 방지 및 후속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하며 해당 논란이 끝을 맺었다.

하지만 아이돌이 음악방송이나 뮤직비디오에서 입고 나온 의상이 의도치 않은 논란을 불러온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진=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먼저 블랙핑크의 제니는 지난 2020년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성적 대상화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제니는 이 뮤직비디오에서 짧은 치마와 몸에 달라붙은 의상을 입은 간호사로 분해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YG 엔터테인먼트는 이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해당 뮤직비디오에서 문제의 장면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방탄소년단(BTS)도 지난 2018년 의상 속 이미지와 과거 공개된 화보 속 모자에 새겨진 문양 등이 문제가 되어 사과한 바 있다. 이들은 원자폭탄 투하 장면이 담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이 논란이 되고 과거 화보에서 나치의 문양이 담긴 모자를 쓴 사실까지 알려져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해 방탄소년단 측은 일본과 한국의 원폭 피해자협회 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추모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Simon Wiesenthal Center에도 진심 어린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처럼 무심결에 착용한 모자 및 액세서리, 의상 등이 아이돌의 발목을 잡은 사례가 많다. 욱일기, 나치 문양 등과 같은 민감한 역사 문제와 연관된 표장이라면 단순 해프닝을 넘어 그룹 활동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관계자는 YTN star에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의상이나 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을 만한 의상이라면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여자) 아이들 의상 문제처럼 대부분의 아이돌 관련 의상 문제는 스태프의 세심한 주의가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아이돌의 영향력이나 노출도가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모두가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앞으로는 국제적 팬층을 고려해 특정 로고나 상징 등이 다른 문화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그렇다고 해서 기획자, 디자이너에게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소속사 차원에서 윤리적 기준을 수립하고 의상 기획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특히 청소년 팬층이 많은 아이돌 그룹의 경우, 지나치게 선정적인 의상은 부적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하게 기획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돌 산업은 결국 '누가 더 멋지고 예쁘게 보이는가?'를 두고 펼치는 싸움이다. 아이돌의 무대의상과 사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일종의 무기이며 퍼포먼스의 한 축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돌 산업이 커질수록 소비자의 요구는 더욱 고도화된다. 아이돌이 예쁘고 멋진 것은 기본이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고 이해하기를 바란다. 기획사들도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음악만 좋으면 어떻게든 된다'라거나 '괜한 걸로 꼬투리를 잡혔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를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YTN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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