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서울 빌라 경매건 역대 최다… 전세사기·역전세 여파로 기피 심화

4259건으로 분기 기준 최고
"전세가 상승에 건수 더 늘 것"

<연합뉴스>

지난 2분기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경매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미반환 및 전세사기 등 여파로 비(非)아파트 시장이 급격히 침체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빌라 전세가가 급등한 2021~2022년 계약한 물량이 최근 계약 만기됐거나, 만기를 앞두고 있는 탓에 경매 건수는 당분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5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의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425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다 수치다.

3년 전인 2021년 2분기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1000여건 수준이었으나 이후 빠르게 늘어나며 2022년 4분기 2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의 경우 △1분기 2210건 △2분기 2733건 △3분기 2911건 △4분기 3881건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3616건을 기록하더니 2분기에는 4000건을 넘어서며 더욱 증가세가 가팔라진 모양새다.

7월 경매 건수도 총 1371건이어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3분기 경매 건수 역시 4000건을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의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집주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되돌려준 뒤 경매 신청한 주택을 직접 낙찰 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 사업을 시작해 경매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이 20%대로 다소 개선된 모습이다.

HUG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경매를 통해 수도권 빌라 1000여가구를 사들였으며 그 결과 올해 1분기까지 10%대에서 오르내리던 서울 빌라 낙찰률은 2분기 25.7%로 상승했다. 7월도 29.6%를 기록 중이다.

지지옥션은 빌라 전세가가 높은 시점에 거래된 물량이 최근 만기가 도래했고, 빌라 매매가나 전세가가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경매 건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빌라 전셋값이 2021~2022년에 높았는데 그때 계약한 물량이 지금 만기를 맞았다"면서 "세입자들이나 HUG가 (경매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깡통 전세' 문제가 해결이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경매가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