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한 시대정신 ‘바보 노무현’···오로지 순천 위해 욕먹던 ‘바보 정치인’ 노관규
'로컬을 살리다, 순천' 관광포럼 호평
형식적 포럼 벗어나 '순천 내일' 모색
'청년·외지인·바보' 3대 인적 자원 모여
16년 전 펼친 '바보 정치' 상상 그 이상
요즘 여야 정치권에서 가릴 것 없이 ‘바보 노무현’을 소환한다. 오늘보다 내일을 준비하고, 쉽고 편한 일보다는 어렵고 힘든 일을 하다 보니 국민들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노무현 정신을 가슴에 품고 ‘지역 균형발전’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발상’
지난 24일 전남 순천시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로컬을 살리다, 순천’을 주제로 관광포럼을 마련했다. 외부 전문가들의 이론적인 말 잔치로만 마무리 되는 여느 포럼과는 달랐다. 순천에서 여행과 관광을 업으로 살고 있는 주체들이 모여 자기 이야기를 하고, 외부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자리였다. 4시간 동안 진행된 포럼에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집중하고 순천의 내일을 이야기했다.
포럼을 마무리하고 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노관규 순천시장이 들고 있는 ‘바보’라는 글자 피켓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노 시장 그는 왜 바보를 선택했나.
대한민국 생태수도로 자리매김하며 세계 속 도시들과 경쟁력을 확보한 순천. 16년 전 노관규 순천시장은 ‘바보 정치인’으로 불렸다. 남들은 도로망 뚫고 아스팔트 깔기에 혈안이 돼 있을 때, 그는 흑두루미를 위해 순천만의 전봇대 287개를 뽑아냈다. 이 시점 순천만 주변 음식점 모두 외곽으로 옮겼다.
그는 말한다. 그게 쉬운 일이었겠나. 당시 순천시민들 조차 반신반의 했던 ‘생태가 지역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민선8기 전반기가 끝난 지금. 순천은 푸바오 열풍도 잠재우며 에버랜드도 제치고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우뚝 선다. 기업이 거꾸로 몰리고, 원도심 구석구석까지 경제가 스며들고 있다. 지역발전은 상상 그 이상이다.
순천만 주변 농경지 300만 평을 생태보전지역으로 묶고 엄청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바보 정치’를 펼친 노 시장.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순천만국가정원, 대한민국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순천을 만들어냈다. ‘시대가 원하는 리더’라는 평가와 함께 정치적 몸집이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관규 시장은 지역을 살리는 인재 시스템으로 3그룹을 말한다.
청년, 외지인, 바보다. 그간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역을 살리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청년, 과거의 가치관에서 자유로운 바보, 지역의 외부에서 기존 구조를 비판적으로 보는 외지인이라는 3대 인적 자원이 지역혁신의 주체다.
이번 순천이 주최한 관광포럼에서는 이 3그룹이 모여 그 의미를 더했다. 정원워케이션 센터에서 순천관광활성화 포럼 ‘로컬을 살리다, 순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에는 순천의지역을 떠나지 않고 여행을 기획, 책방을 운영하며, 로컬의 식재료로 맥주를, 요리를 만드는 순천의 청년들, 정해진 길이 아니지만 바보 같은 역발상과 안될 것이라는 원성에도 지역의 감춰진 자원을 보는 눈으로 훌륭하게 변신 시키는 리더···. 관광업계 관계자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로컬콘텐츠전문가와 로컬관광에 관심 있는 참여자 70여 명이 모여 지역과 상생 지속가능한 순천 관광의 미래를 함께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청암대 웰니스문화관광&푸드과 손민영 교수의 ‘지역관광의 현재와 미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개발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지역성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할 것, 액티비티 프로그램 마련을 통한 핵심 콘텐츠의 필요성,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 맞춤형 콘텐츠 마련의 중요성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전국 각지의 전문가들이 순천시 순천 관광업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참여자 간 네트워킹 시간을 갖고 지속가능한 순천 관광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역을 이끌어갈 청년들이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듣고, 경험하여 기초를 탄탄히 다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제 발표는 △순천맥주 김승철 대표의 ‘순천의 자원을 활용한 요식콘텐츠’ △슬로우프로젝트 김가현 대표의 ‘지역 식재료로 만든 메뉴로 매년 매출 성장할 수 있었던 방법’ △스테이두루 이수미 대표의 ‘따뜻한 환대로 맞이하는 공간,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 △순천관광매니지먼트 정희주 대표의 ‘순천의 자원을 여행콘텐츠로 만들기’ △순천만국가정원 김선희 해설사의 ‘매력적인 가이드’ △심다 김주은 대표의 ‘책이 만드는 문화, 책으로 만드는 관광’ 순으로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청암대 웰니스문화관광&푸드과 이희승 교수가 좌장을 맡고 △퍼즐랩 권오상 대표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 김형우 원장 △제주 착한여행 허순영 대표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홍가은 사무국장 △디스커버제주 김형우 대표가 참석해 지역을 살리는 여행 콘텐츠 만들기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순천 관광에 대한 다양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순천=박지훈 기자 jhp9900@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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