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일파만파…파장 어디까지?
당장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는 판매자들은 물론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금 결제가 계속 미뤄질 경우 플랫폼에 입점한 대부분 소상공인들의 줄도산이 현실화 될 수 있고 이는 금융권의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는 등 파장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큐텐그룹의 위기 해결 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 정부의 적극 개입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긴 정산주기와 허술한 판매대금 관리 등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자칫 이커머스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 역시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 또 다른 '그림자'라 할 수 있다.
한편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25일 "소비자 환불자금을 충분히 준비해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판매자 정산대금'과 관련해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원이었는데 현재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미정산금은 1000억원 정도이다. 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보상할 거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예고된 사태
관련업계에서는 큐텐그룹이 애초에 적자 회사인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설 때부터 이번 사태가 예고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터파크에서 G마켓을 창업했고 이를 미국 이베이에 매각한 후 큐텐그룹을 세운 구영배 대표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을 타깃으로 큐텐 브랜드를 성장켰고, 10년간의 겸업 금지 기간 만료 이후인 지난 2022년 다시 국내 업계에 등장했다. 구 대표가 티몬에 이어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까지 차례로 품에 안으며 이른바 '큐텐 유니버스'의 틀을 잡았고 이어 올해는 애경그룹의 AK몰과 해외 플랫폼 위시까지 합류시키며 미국 나스닥 상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순항을 하는 듯 보였다.
한때 쿠팡과 함께 '빅3' 소셜 커머스 플랫폼으로 꼽혔던 티몬과 위메프는 자금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자본이 -2400억(위메프)과 -6400억원(티몬)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위기 상황이었고 큐텐에 인수된 이유가 됐다. 다만 해외 소싱에 특화된 큐텐과의 시너지 효과 덕분인지 지난 6월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각각 400만명대를 유지하며 이를 합쳤을 경우 쿠팡에 이어 2위의 수치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달 초 위메프가 입점 판매자들에 5월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나온데 이어, 티몬마저 지난 22일 정산금 지급 지연을 공지하면서 결국 큐텐이 해명한 전산 시스템상의 오류가 아닌 그룹 자체의 자금 경색이 심각하다는 것이 외부에 노출된 셈이다.
여행사들부터 시작해 판매자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한데 이어 PG사와 카드사, 간편결제사들이 연달아 결제는 물론 환불 대금 부족으로 취소 기능까지 막으면서 각종 커뮤니티에선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나 11번가 등의 오픈마켓에선 최대 열흘 이내에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매출 대금을 자체 보유하다가 최대 2개월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인데, 5월 대금부터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기에 피해 규모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큐텐은 지난 23일 공지를 통해 다음달부터는 현재와 달리 제3의 금융기관에 대금을 보관하고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위메프 류 대표도 25일 환불 약속을 했지만, 이미 판매자와 소비자 등 파트너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지난 2021년 할인된 가격에 쓸 수 있다며 자체 전자화폐를 팔았지만 결국 자금 돌려막기, 즉 '폰지사기'에 가까운 사업으로 무려 1000억원의 피해를 입혔던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빠른 대처가 필수, 낡은 시스템 개선 기회 삼아야
문제는 머지포인트 사태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는데다 디지털, 가전, 여행 등 거래 단가가 더 높기에 파급 효과를 짐작키 어렵다는 점이다.
최대 수백억의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셀러까지 있다고 하지만 당장 수천만원으로도 휘청일 수 있는 중소 판매자들의 경우 미수금을 받기 전까지 과연 버틸 수 있냐는 우려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 플랫폼에 입점한 6만여 판매자 중 상당수가 영세한 소상공인이다.
특히 소규모 여행사의 경우 현금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거래 규모가 커서 은행 등에서 선정산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기에 줄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주요 은행들이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에 대한 대출까지 중단했기에 더욱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일단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 당국에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지는 미지수다.
큐텐그룹이 빠른 시일내에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매수한 플랫폼이나 사업부 재매각 등을 통해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판매자와 소비자가 떠나고 이로 인해 매출과 거래액이 급감한다면 향후 회생 가능성은 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미정산한 것과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점, 티몬캐시나 해피머니 등 각종 상품권 선결제 이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한 법적 분쟁의 위험성도 있다. 실제로 판매자들 사이에선 지연 이자 배상 등과 함께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환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만약 회사가 자금 문제가 발생으로 인해 판매 대금 지급이 어려워지고 상품이나 서비스, 용역 등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할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중계를 지속한 것이라면 최악의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여기서 인식의 경우 미필적 고의로도 성립할 수 있기에 결국 객관적인 자금 상황과 판매 실적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이커머스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위험성이 높아졌다. 그럴 경우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대형 플랫폼에만 더 집중되면서 중소 커머스 업계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판매대금을 직접 관리하면서, 결제를 최대한 미뤄서 이자 수입을 얻는 두 회사의 방식은 이제 더 통용되기가 어려워지는 등 이번 기회에 업계의 낡은 관행이나 시스템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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