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전세사기·6600억 주가조작 사범, 배타고 밀항하다 연이어 ‘덜미’

#지난 1월 25일 오후 11시 31분쯤 제주도 서귀포 해상에서 6600억원대 영풍제지 주가조작 공범인 50대 A씨가 베트남으로 밀항하다가 해경에 붙잡혔다. A씨는 하루 앞서 24일 오전 9시쯤 전남 여수 국동항에서 4억8000만원의 밀항자금을 알선 브로커에게 주고 베트남에 팔린 49t 어선을 타고 밀항하던 중이었다. 매각어선을 몰던 선장은 문이 잠겨 있는 선수창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해경에 신고했다. A씨는 영풍제지 주가조작에 연루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수배되자 해외도 도피하려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 서울에서 15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30대 B씨는 지난 3월 15일 오후 9시쯤 전남 신안군 진도 심동리에서 고속보트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하다가 해경에 검거됐다. 수배 중인 B씨는 알선자 2명과 함께 고속보트를 타고 중국 대련으로 도망치던 중이었다. 해경은 무등록 선박이 무선도 받지 않은 채 빠르게 공해상으로 나가는 것을 포착하고, 경비정으로 추적해 B씨 등을 붙잡았다.
#목포해양경찰서는 지난 5월 23일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입국한 뒤 제주~목포 여객선을 타고 제주도를 이탈한 베트남인 5명을 구속했다. 제주도를 이탈한 베트남인들은 여객선에 있던 5t 탑차 안에 숨어 있었다. 사람이 타서는 안될 화물칸에 사람이 있는 것을 이상히 여긴 여객선 선원이 신고했다. 해경은 이들을 도운 알선 브로커 5명까지 모두 10명을 붙잡아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최근 들어 경제사범들이 해외도피를 위해 밀항과 무사증 이탈 등 국경침해 범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밀항·밀입국은 2건에 5명, 무사증 이탈은 6건에 25명 등 모두 8건에 30명이다. 2001년은 1건에 3명, 2022년은 한 건도 없었지만, 지난해는 밀항·밀입국 3건 29명, 무사증 이탈 4건 6명 이다.
해양경찰청은 전세사기범과 가상자산사기범들의 해외 도피를 위한 밀항과 제주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이탈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8월 31일까지 해상 국경 범죄에 대해 집중단속할 방침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를 위해 서해·남해·동해·제주 등 해역별 국제범죄 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지방청별로 전담반을 편성·운영하기로 했다. 또 주말·공휴일·무월광 등 취약 시간대 해상경비 및 잠복근무를 강화하고, 국내·외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국경 범죄를 원천 차단할 예정이다.
특히 무사증 입국자 무단이탈 차단을 위해 제주항로 여객선에 대한 불시 점검과 해상 밀항 경로를 항해하는 선박 등에 대해서는 검문검색할 예정이다.
고민관 해양경찰청 정보외사국장은 “일확천금을 노린 경제사범들이 국내 처벌이 두려워 밀항 등으로 해외 도피를 하고 있다”며 “밀항·밀입국, 무사증 관련 범죄나 의심선박을 발견하면 가까운 해양경찰서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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