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3년 내 '직장 내 괴롭힘' 경험…"갈등 조정 기구 필요"

한국노총, ILO 190호 협약 비준 토론회
남성 49% 여성 69% 괴롭힘 경험 토로
81.7%는 대리급 이하…'언어 폭력' 1위
40% 따돌림 느껴…성희롱 경험도 43%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최근 3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 비준을 위한 법 제도 개선 검토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ILO 협약 190호는 지난 2019년 채택된 것으로,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Violence)과 괴롭힘(Harassment) 근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190호 협약을 비준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해 직장 내 성희롱 방지와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했다.

장진희 한국노총 전략조정본부 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노총 남녀 조합원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조사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1600명 중 최근 3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비중은 61.5%였다. 남성은 48.8% 여성은 68.9%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았다. 민간부문(59.3%)보다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공공부문(71.2%)이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정도가 높았고, 직급별로 보면 피해자 81.7%가 대리급 이하의 하위직급이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언어폭력을 경험한 비중이 46.3%였다. 남성은 37.8%, 여성은 51.2%였다. 신체적 폭력 및 위협을 경험한 비중은 19.0%였는데, 남성(14.1%)이 여성(21.8%)보다 경험 비중이 높았다.

직장 내 따돌림을 경험한 비중은 39.5%로, 남성(32.7%)보다 여성(43.5%)의 비중이 높은 결과를 보였다. 여성 중 주1회 이상 '투명인간' 취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22.4%에 달했다.

직무배제도 31.3%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남성(21.4%)보다 여성(37.1%)이 더 빈번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25일 남녀 조합원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4.07.25. (자료=한국노총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직장 내 성희롱은 최근 3년 이내 43.4%가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여성(53.0%)의 경험 비율이 남성(27.0%)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가해자는 주로 임원이 아닌 상급자(58.3%)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업장이 작을수록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에 의한 가해 비중이 높았다.

장 국장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경험한 집단이 경험이 없는 집단에 비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추정 결과 여성일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공공부문일수록,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우울장애와 불안장애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국장은 "어떠한 요인보다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내 성희롱이 우울 및 불안장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은 주로 소규모 민간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근로기준법 내에 금지조항이 마련되다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며 "무엇보다 괴롭힘 사실은 사용자에게 신고하고, 조사행위 주체 역시 사용자로 사용자의 의도나 가해자와 사용자와의 관계에 따라 조사가 행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ACAS(Advisory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Service)'처럼 피해자와 가해자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나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발제를 맡은 윤혜정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 제도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윤 연구원 역시 직장 내 괴롭힘법이 근로기준법에 근거하고 있어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나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등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위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제도에는 없는 가해자에 대한 형사 벌칙 조치 신설과 노동위원회 등 제3의 행정기구를 통한 신속한 분쟁 해결 등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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