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40만” “이언주 30만”…민주 최고위원 경쟁도 ‘유튜브 팬덤’ 순?
후보들 유튜브 구독 수 봤더니…‘원외’ 정봉주-‘찐명’ 김민석 격차 20배 넘어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우리도 '이재명 TV' 103만 팬덤에 버금간다"('정봉주 TV' 유튜브 구독자)
'친명(親이재명) 호위대'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 최고위원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경선에서 이례적인 점은 후보 중 유일한 원외 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와 순회경선 온라인 투표에서 독보적 '1강(强)'을 달리는 부분이다. 여기에 이언주·김병주·전현희·김민석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4중(中)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순위엔 각 후보들의 전투력 외에도 '유튜브 팬덤' 규모가 핵심 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 기세' 잡은 정봉주…'찐명' 김민석은 예상 외로 '빨간 불'
민주당은 지난 20일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당원대회 공식 레이스에 본격 돌입했다. 이미 당대표 경선은 이재명 전 대표가 누적 득표율 90%를 넘기며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굳어지자 정치권 관심은 최고위원 경선으로 넘어간 분위기다. 해당 경선에는 원외인 정봉주 전 의원과 김병주·강선우·민형배·김민석·이언주·한준호·전현희 의원 등 8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들 중 5명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진입하며 1등은 수석최고위원이 된다.
이번 최고위원 경선에서 주목되는 점은 '정봉주 돌풍'이다. 20~21일 진행된 제주·인천·강원·경북·대구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에서 정봉주 후보는 누적득표율 21.67%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이어 ▲김병주 후보 16.17% ▲전현희 후보 13.76% ▲김민석 후보 12.59% ▲이언주 후보 12.29% ▲한준호 후보 10.41% ▲강선우 후보 6.99% ▲민형배 후보 6.13% 순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만 유일하게 20%를 넘긴 것이다.
최근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봉주 후보는 전체 응답자는 물론, 최고위원 경선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민주당 지지층+무당층' 대상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어 이언주·김병주·전현희·김민석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반면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친명계로 분류돼 이재명 전 대표를 적극 지원해온 강선우·민형배·한준호 의원은 오히려 '약체'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기류에 당혹스러운 반응도 감지된다. 당초 당내에선 총선 상활실장으로서 이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김민석 의원이 '명심(이재명 의중)'을 업고 1위를 다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 전 대표도 20일 저녁 유튜브 방송에 김민석 후보를 초대해 "지금 제주보다 더 떨어진 거죠? 난 좀 이해가 안 된다"고 의아함을 표했다. 정 후보가 이날 제주·인천에서 모두 1위를 한 것과 반대로 김 후보는 5위에 그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 지지층선 '뉴미디어'가 언론 대체…'정봉주 돌풍' 이상하지 않아"
정치권에선 결국 각 후보들의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유튜브 팬덤' 규모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시사저널이 최고위원 후보들의 유튜브 구독자 수(25일 기준)를 확인한 결과 ▲정봉주 후보(정봉주 TV) 41만2000명 ▲이언주 후보(이언주 다시보기) 30만4000명 ▲김병주 후보(주블리 김병주) 20만6000명 ▲민형배 후보(민형배TV) 7만400명 ▲강선우 후보(강선우TV) 5만2800명 ▲전현희 후보(전현희TV) 3만1900명 ▲한준호 후보(한준호tv) 3만300명 ▲김민석 후보(김민석TV) 1만9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1위인 정 후보와 8위인 김 후보의 격차는 약 20배에 달했다.
정 후보가 유튜브 구독자 순위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그는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과정에서도 수많은 지지자들과 깜짝 인사를 나누며 본인의 인지도를 입증한 바 있다. 당시 일부 지지자들은 정 후보에게 인사를 건네고 "빅토르 봉주르(정 후보의 애칭)! 유튜브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이재명 전 대표만큼 '팬덤 화력'이 짱(최고)입니다"라며 그를 띄워주기도 했다.
중위권에 속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언주·김병주 후보도 두 자릿수의 튼튼한 구독자 팬덤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이언주 후보는 중간에 당적을 보수 계열로 갈아탄 전적이 있음에도 소위 '전사'로 통하는 소장파 이미지와 전투력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린 바 있다. 전현희·김민석 후보의 경우는 팬덤 수는 적지만 각자 국민권익위원장과 당내 요직인 정책위의장, 총선 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린 바 있다.
반면 나머지 후보들은 꾸준한 친명계로 분류돼왔음에도 이번 경선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선우 후보는 이번 국회에서도 이 전 대표의 대표 정책인 '기본' 시리즈 관련 법안을 연이어 발의하며 이 전 대표를 후방 지원해왔다. 특히 지난 국회 '처럼회' 소속이었던 민형배 후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국면에서 '위장탈당'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동수 정치평론가도 이 같은 기류에 유튜브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시사저널에 "정봉주 후보의 선전은 유튜브가 오늘날 민주당의 여론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며 "그간 '조국 사태' 등을 계기로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선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증가했고, 유튜브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가 신문과 방송의 역할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 등에서의 노출도로 따지면 정봉주 후보가 1위인 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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