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중병 아버지 방치 '간병 살인 비극' 20대 가석방된다
유영규 기자 2024. 7. 25. 13:24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생활고 탓에 중병을 앓던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하도록 한 이른바 '간병 살인'으로 복역 중인 20대 남성이 형 집행 종료 수개월을 앞두고 가석방될 예정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늘(25일)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등에 따르면 존속살해 혐의로 2021년 11월 징역 4년 형을 확정받고 현재 경북 상주교도소에 복역 중인 A(25) 씨가 오는 30일 가석방됩니다.
A 씨는 모범적 수감 생활 등을 이유로 최근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자는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습니다.
김채원 전태일의 친구들 상임이사는 "어제 교도소에 면회를 가니 A 씨가 '통보에 따라 오는 30일 가석방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상주교도소 측은 "가석방 관련 내용은 개인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어려운 형편 탓에 심부뇌내출혈 및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던 50대 아버지 B 씨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2021년 4월부터 집에서 홀로 아버지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아버지 B 씨가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거동할 수 없는데도 퇴원 이튿날부터 처방 약을 주지 않고 치료식을 정상적인 공급량보다 적게 주다 일주일 뒤부터는 아예 방에 홀로 방치했습니다.
조사 결과 그해 5월 숨진 B 씨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패혈증 등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범행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후 징역 4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A 씨가 극심한 생활고 탓에 치료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연 등이 알려지자, 해당 사건은 간병 살인 등으로 불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는 A 씨의 선처를 구하거나 감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가석방 후 A 씨는 전태일의 친구들 회원 등으로부터 사회 적응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예정입니다.
전태일 열사 여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과 이 단체 회원들은 A 씨 사건 소식을 접한 이후부터 변호사 지원 등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A 씨 수감 후에는 매달 한 번씩 꼬박꼬박 면회를 가며 필요한 물품 등을 넣어줬고, 그가 전태일·이소선 장학재단 1호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데도 도움을 줬습니다.
김채원 상임이사는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A 씨 소식을 듣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A 씨가 가석방되면 회원들이 돌봄 지원 등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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