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구세주” 자처한 또라이 히어로…19금 마다않은 디즈니 진짜 본심 [요즘 영화]

2024. 7. 25. 13: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세기폭스 인수 이후 위기 봉착한 디즈니
마블 어벤져스-폭스 엑스맨 세계관 통합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 올라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4일 개봉한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가 마블의 예수다.” “폭스 꺼져, 나는 디즈니로 간다.” “멀티버스(다중우주)는 끝내자. 하기만 하면 실패하잖아!” 마침내 데드풀의 입으로 터져 나온 케케묵은 디즈니의 진짜 속내. 그래서 19금 농담과 저 세상 드립을 쉴 새 없이 내뱉는 괴짜 히어로 데드풀을 ‘또라이’라고만 보면 큰 오산이다.

최근 몇 년간 재무 성과가 급격히 악화된 위기의 디즈니는 ‘맛 간 마블’을 되살릴 구세주로 데드풀을 낙점했다. 스크린을 뚫고 속사포 같은 B급 유머를 떠드는 데드풀의 주특기를 빌려 관객에게 할 얘기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사과인지, 변명인지, 미련인지 알 수 없는 데드풀의 속 시원한 입담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멱살을 잡고 내달린다. 아마도 데드풀의 주옥같은 대사들에 밑줄을 치고 싶어질 터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의 이번 신작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페이즈5의 네 번째 영화다. 20세기폭스를 인수한 디즈니가 산하에 둔 마블 스튜디오로 내놓는 첫 엑스맨 영화이기도 하다. 엑스맨은 폭스가 만들어온 인기 시리즈다. 쉽게 말해 디즈니가 주최한 ‘친해지길 바라’ 동창회에 마블과 폭스가 한데 모였다고 해야 할까. 영화에는 기존 어벤져스 팬, 엑스맨 팬 모두를 미소 짓게 할 만한 왕년의 얼굴들이 출연한다.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사전 학습은 필수다.

그동안 디즈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을 이후 내놓는 MCU 작품마다 흥행 참패로 쓴맛을 봤다. 서사가 빠진 개성 없는 히어로들이 설치면서 맥락 없이 붕 떠버린 전개가 ‘뜬금포’로 읽히면서다. 유행처럼 번진 무분별한 멀티버스 설정과 높은 진입장벽이 된 방대한 세계관도 발목을 잡았다. 오죽하면 지난해 12월 디즈니는 “영화의 해외 수익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디즈니가 심폐 소생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디즈니로 이적한 ‘경력직 히어로’ 데드풀이다. 영화는 히어로 생활을 접고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소중한 친구들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거대한 위기에 봉착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을 찾게 된다. 울버린은 영화 ‘로건’(2017년)에서 이미 죽었지만, 디즈니가 그를 살려냈다. 좀처럼 결이 맞지 않는 둘은 ‘원팀’을 이뤄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제외한 모든 시간선을 없애버리려는 카산드라 노바와 대결을 펼친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오프닝 시퀀스부터 ‘데드풀맛’ 강렬한 액션이 화려하다. 데드풀은 울버린의 무덤을 ‘파묘’하고 아다만티움과 합성된 울버린 뼈 206개로 시간변동관리국(TVA)의 전투병들을 도륙한다. 그것도 엔싱크의 ‘바이, 바이, 바이’ 노래에 맞춰 현란한 춤을 추면서 말이다. 자기희생의 대서사를 보여준 울버린을 대하는 데드풀의 상스럽고도 자유로운 태도는 현기증나는 쾌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매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디즈니는 어린이 관객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색과 배치되는 청소년 관람불가(R등급)도 마다하지 않았다.

디즈니가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MCU를 만드는 김에 자기 입으로 꺼내기 불편한 얘기를 작정하고 건드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면 디즈니의 경쟁사인 워너브라더스의 매드맥스 시리즈를 대놓고 패러디하면서 “퓨리오사”를 언급하거나 히어로들이 산산조각 난 폭스 로고를 짓밟고 올라서는 뜻밖의 장면들이다. 디즈니가 신랄하게 비난받은 PC(정치적 올바름)주의를 데드풀스럽게 풀어내는 새로운 인물의 ‘깜짝’ 등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숱하게 지적된 지나치게 복잡한 설정과 매력 없는 등장 인물도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일부 없앴다.

팬들의 오랜 염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일까. 영화는 개봉 첫날 23만81명(시사회 포함 누적 관객 수 23만1716명)을 동원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는 4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은하계 최고의 팀 가디언즈의 화려한 피날레를 그린 MCU 전작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2023년) 오프닝 스코어(16만3314명)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dsu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