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또 엇박자? 네타냐후 “완승 전 타협 없다”는데···미 “휴전협상 마무리 단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미 의회 연설에서 “완전한 승리 전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25일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휴전 협상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협상이 마무리 단계이며 타결이 가능하다고 믿을 만한 지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의 큰 틀에 동의했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몇몇 중요한 시행 현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휴전안은 지난 5월 말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이른바 ‘3단계 휴전안’으로, 6주간의 휴전과 인질교환은 물론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와 종전, 가자지구 재건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해당 휴전안을 지지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협상이 타결에 근접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갑자기 새로운 협상 조건을 요구하는 등 주요 국면마다 협상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대해온 ‘종전 보장’ 등 핵심 요구안을 철회하며 휴전에 청신호가 켜졌으나, 이스라엘 쪽에서 번번이 새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며 협상이 2개월 가까이 난항을 겪었다.
이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3개월 남은 미국 대선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받아온 그가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기대하며 협상 타결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지연 전술을 펴고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내가 한 달 뒤에도 여러분과 대화하고 있고 우리가 아직도 지금과 같은 지점에 있으면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정작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 의회 연설에서 전쟁에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력과 통치권을 소멸시키고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그것이 완전한 승리이며 우리는 그 이하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인질 석방을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 노력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하긴 했으나, ‘완승 전 타협은 없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신속한 지원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해 “우리에게 도구를 빨리 주면 우리는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도 동의했다며 ‘3단계 휴전안’을 발표한 이후 양국의 메시지에 계속 엇박자가 나고 있는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진행 상황과 무관하게 이스라엘 내 극우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대외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정부 내 극우 인사들로부터 휴전에 합의할 경우 연정을 붕괴시키겠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연정 붕괴로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기존의 독직·부패 스캔들 기소에 다시 직면하게 되며, 지난해 10월 하마스 기습을 방어하지 못한 데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전쟁을 쉽게 끝내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진보 성향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네타냐후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에 간 것이 아니라, 전쟁을 연장할 수단을 얻기 위해 그곳에 갔다”고 짚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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