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혁이 그 큰 덩치에 한번 살아보겠다고…” KIA 24세 거포 유망주의 깜짝 도루, 꽃범호는 고맙고 걱정되고[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변)우혁이는 그 큰 덩치에 한번 살아보겠다고…”
KIA 타이거즈는 지난 2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서 김도영의 내추럴 사이클링히트와 양현종의 완투승을 동시에 맛봤다. 그런데 이들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해 묻힌(?) 하이라이트 필름도 있었다. 바로 최형우와 변우혁의 2루 도루였다.
최형우는 이날 0-0이던 1회말 무사 만루서 선제 2타점 결승 우전적시타를 날렸다. 이후 3-0으로 앞선 2사 1루, 변우혁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NC 왼손 선발투수 다니엘 카스타노가 초구 체인지업을 던지자 곧바로 2루에 뛰어 살았다. NC 포수 박세혁의 2루 송구가 빗나가기도 했지만, 정확하게 날아갔어도 좋은 승부가 됐을 것이다.
최형우의 도루는 2022년 10월5일 광주 LG 트윈스전 이후 656일만에 도루를 성공했다. 도루 성공률이 의외로 좋다. 통산 48차례 시도해 29차례 성공했다. 통산 성공률 60.4%로 수준급이다. 발 느린 최형우가 상대의 방심을 역이용한 결과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날 KIA가 3-0으로 앞선 4회말에 또 한번 진귀한 장면이 나왔다. 선두타자 변우혁이 카스타노에게 볼넷을 얻었다. 김태군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1사 1루. 변우혁은 박찬호 타석 초구에 과감히 2루 도루를 시도, 성공했다.
23일까지 1군 통산 162경기에 출전한 변우혁의 생애 첫 도루 시도였고, 생애 첫 도루 성공이었다. 최형우와 마찬가지로 카스타노-박세혁 배터리의 방심을 노렸다. 왼손투수지만, 당사자가 방심하고, 투구 폼을 간파하면 오히려 오른손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보다 2루 도루가 수월하다는 평가다.
이범호 감독은 두 사람의 도루를 보고 이런저런 감정이 교차했다. 특히 변우혁에게 좀 더 그랬다. 최형우는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들어간 반면 변우혁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최형우가 여유 있게(?) 세이프 된 반면 변우혁은 제법 아슬아슬했다. 변우혁의 도루 이후 박찬호와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24일 광주 NC전을 앞두고 “형우는 본인이 뛰면서 어느 정도의 밸런스를 잡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또 가면서 다리로 슬라이딩을 하는데, 우혁이는 그 큰 덩치에 한번 살아보겠다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한다. 그런 걸 하는 거 보면서 어떻게 보면 참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싶다.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든 득점 하나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는 건 진짜 말할 나위 없이 박수를 보낸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역시 잘 안 뛰는 선수들이 갑자기 도루를 하다 다칠 것을 우려한다. 많이 뛰는 선수들에게도 무리하게 도루를 하라는 얘기를 굳이 하지 않는다. 이범호 감독은 “혹시 저러다가 또 다칠까, 어디가 좀 안 좋을까, 넘어지면서 어떻게 될까 싶어서. 이런 것 때문에 조금 안 했으면 싶은 생각도 들고. 나이가 있는 친구들은 아무래도 좀 그런 부분이 조금 걱정된다”라고 했다.
그래도 KIA 전력분석팀, 조재영 3루 코치의 연구와 노력 덕분이다. 조재영 코치는 주루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지도자다. KIA가 키움에서 모셔온 지도자이기도 하다. 이범호 감독은 주루만큼은 모든 사인을 전적으로 조재영 코치에게 맡긴다. 단, 레드라이트 시그널은 직접 조재영 코치에게 보낸다.
때문에 KIA 모든 주자는 조재영 코치의 사인에 따라 자유롭게 도루를 시도할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흐름을 보고 뛰지 말아야 할 때만 사인을 준다. 물론 이 역시 1차적으로 조재영 코치가 선수들에게 사인을 보낼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도루 사인 자체는 주로 그 친구들한테 다 맡긴 상태다. 그런데 절대 뛰지 마라는 레드 라이트만 내가 준다. 확률상 분명히 100%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만 그 친구들이 뛴다. 전력분석이 잘 되지 않았나 싶다. 투수가 퀵 모션이 빠르면 죽을 확률이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스타트를 어떻게 끊느냐를 분석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 상황서 도루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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