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기 주택정책, 재정 부담에 지속될지 의문”
“현재의 집값 상승은 대세 상승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주택자금 지원 정책에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감, 금리 인하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입니다. 특히 정부의 주택자금 지원책은 재정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주택 가격 상승이 대세인지, 아니면 일시적 반등으로 전고점에 못미치고 다시 하락할지 여부는 하반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의 대표적인 주택·건설 부문 민간 연구기관이며, 김 위원은 지난 2018년 이후 7년째 연구원에서 주택 시장과 주택 정책의 분석·전망을 담당하고 있다.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올랐나?
“지수상으로 보면 아직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수도권 중심으로 상승했지만, 2021년 10월의 전고점을 회복한 시·구는 아직 없다. 다만 특정 단지나 특정 학군 지역은 전고점을 회복한 곳도 일부 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서 시작되어 용산·마포·성동 지역, 이후 다른 곳으로 온기가 퍼져 나가고 있는 상태이다.”
―대세 상승인가?
“상승세를 보인 시기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까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인 현상이다. 서울 인접 지역으로 퍼지고는 있지만, 지방까지 확산은 희망사항이다.”
―대세 상승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 금리가 빠르게 인하되기 어렵다. 또 정부가 예정대로 오는 9월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면 은행 차입이 어려워진다. 주택 수요자인 가계의 차입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금이 시장에 대량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이 상황이 지속되기 힘들다.
둘째, 정부의 정책 자금 지원이 변수다. 정책 자금이 풀리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작년에 주택 구입용으로 특례보금자리대출 43조원이 풀리면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올해에는 신생아특례대출 예정액 27조원 가운데 10조원이 주택 구입 자금이다. 하지만 정책 자금은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대출해 주는 형태인데, 재정 부담 때문에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은?
“먼저, 주택가격이 충분히 떨어졌고 주택 담보 대출 금리도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또 전세가가 오르면서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줄었다. 정부의 대출 지원도 있었다. 이와 함께 자재비·인건비 등 공사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많이 올랐다. 그로 인해 향후 공급이 줄어들면서 내일 분양가가 오늘보다 비쌀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실제로 공급이 줄었나?
“착공을 해야 3년 정도 뒤에 입주하는데, 지난해 착공이 평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시장 수요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공 감소가 주택 부족으로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까지는 공급 부족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보기 어렵다.”
―건설업체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 당시에는 건설업체들이 주택 사업이 잘 안되면 비주택사업, 플랜트, 해외 건설 등 다른 부분에 주력해 수익을 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수요도 적고,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융통도 쉽지 않아 사업 전분야에 걸쳐 수익 창출이 안되는 상황이다. 향후 몇 년간 건설업체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것 같지는 않다.”
―향후 주택 가격 전망은?
“주택 시장을 분석할 때에는 거래량 추이를 잘 봐야 한다. 상승장 초기에는 저가 매물이 팔리면서 가격과 거래량이 동시에 상승한다. 이후 매도자의 호가가 올라가지만 수요가 못받쳐주면서 거래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생황이 생긴다. 이 때를 계기로 주택 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고 하락할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수요자가 매도인이 올리는 호가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만약 가격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공급량이나 착공량을 주목해야 한다. 착공량은 2~3년 뒤의 공급량을 결정한다. 줄어든 공급량이 어느 시점에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따져봐야 한다. 이런 점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올해 하반기에 수도권은 보합세를 보이고, 전국적으로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7월이 주택 가격의 고점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내년에도 계속 수요가 회복될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급에 대한 불안감, 분양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예상보다 더 크면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야기 하듯이 3기 신도시 등 대기중인 공급 물량도 적지 않다. 시장이 크게 불안감을 느낄 상황은 아니다.”
―과거의 어느 때가 지금과 유사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이다. 당시 주택 가격이 급락했다가 전국적으로 다시 전고점 근처까지 올랐다가 이후 몇 년간 하락했다. 지금과 다른 점은 그 때에는 지방의 회복세가 좋았고, 정부도 금리 인하를 통해 주택 경기 뿐 아니라 경기 전반을 살릴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외 금리차를 고려할 때 급격하게 금리를 인하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하반기 변수는?
“정부의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거래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지만, 방향을 바꾸어 대출, 세제,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 규제를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면 개인의 주택 구매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나?
“아직은 집값 상승 대책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서울의 강남 3구와 용산은 거래 규제가 아직 남아 있다. 다른 곳도 묶을 상황은 아니다. 조정대상 지역을 지정하려면 일정한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이 아직 없다. 오히려 지방 집값 하락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전세보증금 대출 제도는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급격하게 회수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신 DSR 규제에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
―임대차 3법은?
“시행 후 4년이 지났으니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2년간 전월세를 산 뒤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2년간 더 살 수 있게 된 현재 상황을 다시 2년만 살게 하도록 원상복귀 시켰을 경우 시장 안정에 어떤 실익이 있을까?”
―주택 매수 희망자라면 지금 집을 사야 하나?
“아직 추격 매수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본다. 대세 상승이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 흐름까지는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꼭 사야 하는 집을 발견한 실거주자가 아니라 가격의 고저에 따라 매매 의사를 결정할 사람들은 하반기까지 기다려 대세 상승장 여부를 확인한 뒤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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