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의 조화, 태극궁사들의 새로운 '마음근력' 훈련 비법

최대영 2024. 7. 2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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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한국 양궁, 기존 심리 상담에 '마음근력 훈련' 추가 도입

목표는 과녁 정중앙이다.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흐른다. 활시위를 놓는 손가락 하나 하나에 운명이 달려 있다. '세계 최강' 태극궁사들은 어떻게 극도의 중압감을 누르고 평정심을 유지할까.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는 본 대회 개막 하루 전인 25일 예선 라운드를 시작으로 메달 레이스가 펼쳐진다. '금메달 싹쓸이'를 노리는 양궁 대표팀의 훈련 프로그램에는 기술 못지않게 심리 훈련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선수의 기량과 상대적으로 견줘 본다는 측면도 분명 존재하지만, 한 발 한 발 쏘는 순간의 집중력이 개인의 절대적인 점수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한양궁협회의 최경환 사무처장은 인터뷰에서 "세계 톱 클래스 선수 간 기량은 다 비슷하다. 결국 이들의 운명을 가르는 건 순간의 집중력, 그 '한끗'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양궁 대표팀은 기존 심리 상담에 더해 지난 4월부터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의 도움을 받아 '마음근력' 훈련을 도입했다. 기존 심리 상담이 정신의학·심리학적 측면에서 선수들의 경기 전후의 마음가짐, 태도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음근력 훈련은 뇌과학에 근거해 두려움과 긴장 등 감정이 '생각이나 마음'이 아닌 '몸'의 문제라고 보고 긴장 완화를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신체 변화가 일어나고, 각 부위의 '신호'를 감지한 뇌가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신체 각 부위의 반응을 알아차려 편도체를 안정화하면 뇌 역시 '안정 상태'로 상황을 인식한다. 이에 더해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면 몰입도가 높아진다. 

양궁 대표팀은 편도체를 안정(긴장 완화)시키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집중력 강화)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매달 마음근력 훈련 워크숍을 진행했다. 핵심은 몸이 주는 내면의 신호를 제대로 알아차리기 위한 '명상과 호흡'이다.
김주환 교수는 "불안하거나 짜증이 나는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면 그 기억이 고착돼 불안장애와 슬럼프 등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명상을 통해 스스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장박동, 내장운동 등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신체 기능 중 호흡은 유일하게 사람이 의도를 갖고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호흡 알아차리기 훈련'을 통해 들숨과 날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걸 시작으로, 감정과 신체 내부의 다양한 신호에 대한 인지능력을 향상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 심상화 훈련을 통해 실제 경기장에서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이미지 트레이닝과 일종의 셀프토크(만트라) 훈련도 했다. 단순히 '손을 위로 뻗는다'보다는 '나무에 열린 사과를 딴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진다면 이에 따른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떠오르는 이미지의 구체성에 따라 의도와 행위가 정확해지고, 원하는 결과까지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점이다.
다만 김 교수는 훈련에 활용한 구체적인 이미지와 셀프토크 내용 등은 전략상 '비밀'이라며 올림픽이 끝난 뒤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양궁 대표팀은 심리 훈련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홍승진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선수들이 긴장하는 생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어떻게 심리적 긴장 상태를 조절할지 실습까지 이뤄져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또 경기 중 호흡을 통한 긴장 조절뿐만 아니라, 팀 내에서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방법까지 다방면에 걸친 심리·소통 훈련이 이뤄져 팀워크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여자 임시현(한국체대), 전훈영(인천시청), 남수현(순천시청)과 남자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구성된 양궁 대표팀은 25일 예선 라운드를 치른다. 이후 28일 여자 단체전, 29일 남자 단체전, 8월 2일 혼성전, 3일 여자 개인전, 4일 남자 개인전 결승이 차례로 열린다.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에 도전한다. 

사진 = 김주환 교수 본인 제공 / 연합뉴스
최대영 rokmc117@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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