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좀 맞아야 되는데"…역대 최고 19살 도전하는 괴물루키, 왜 잘해서 걱정이었을까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우리도 시범경기하면서 '아 좀 맞아야 되는데, 맞아야 되는데' 그렇게 생각을 했었죠."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투수조 막내 김택연(19)을 볼 때마다 기특하다. 김택연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1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실망을 안긴 적이 없는 선수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선수가 마운드 위에서 리그 최상위급 직구를 구사하는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건 어린 선수의 마음가짐이다. 늘 성공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잘 깨우치고 있어 와르르 무너지는 법이 없다. 이 감독이 여러 고심 끝에 시즌 도중 막내에게 마무리투수라는 중책을 맡긴 이유다.
김택연은 마무리투수를 맡은 이후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이브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씩씩하게 던지면서 어느덧 11세이브를 챙겼다. 지난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는 6-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KBO 역대 최연소 1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달성 당시 김택연의 나이는 19세1개월20일이었다. 종전 기록은 롯데 자이언츠 나승현이 2006년 6월 16일 사직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기록한 19세2개월10일이었다.
KBO 역사상 신인 시즌에 1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는 모두 7명이다. KBO 역사상 신인 선수가 10세이브를 달성한 사례는 김택연을 포함해 모두 7차례 있었다. 1984년 OB 윤석환(25세이브), 1991년 쌍방울 조규제(27세이브), 1993년 OB 김경원(23세이브), 2002년 현대 조용준(28세이브), 2005년 삼성 오승환(16세이브), 2006년 롯데 나승현(16세이브), 그리고 올해 김택연이다. 7명 가운데 고졸 신인은 나승현과 김택연 둘뿐이다. 19살 어린 선수에게 팀 승리를 지키는 책임을 맡기는 일 자체가 귀하기에 19살 선수의 10세이브 기록도 귀하다.
이 감독은 어린 나이에 리그 역사를 쓰는 김택연을 바라보며 "대견하다. 사실 잘해 줄 것이라고는 누구나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말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에 사실 정말 깜짝 놀랄 만한 것 같다. 만 19살이지 않나. 그 나이에 너무나 많은 짐을 준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 정도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고 지금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성적이 말해주듯이 거의 29살, 39살 정도의 마음가짐을 가진 선수가 아닌가. 정말 훌륭하게 지금 마무리 임무를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택연에게 계속 뒷문을 맡길 수 있는 이유는 벤치에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배짱이다. 이 감독은 "전혀 주눅들지도 않고, 개막전 때는 사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 경기를 제외하고 한번 2군에 다녀와서는 신인 같지 않게 베테랑 같을 정도로 표정 관리라든지 마운드에서 보여 주는 여유라든지. 이런 것을 보면 정말 애늙은이 같다. 마무리투수로는 아주 좋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 답하며 웃었다.
프로 데뷔 전까지 김택연은 실패 없이 달려왔다. 그는 시범경기 3경기에서 2세이브를 챙기는 동안 3이닝 무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에 앞서 팀 코리아에 차출됐던 김택연은 지난 3월 17일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에 등판해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 또 한번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다 지난 3월 23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시즌 개막전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2볼넷 1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무너졌다. 이후 충격이 컸던 김택연은 개막 엔트리 합류의 기쁨도 잠시 7일 만에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여러 차례 돌이켜봐도 프로 데뷔전에서 무너진 큰 충격이 김택연에게는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이 감독도, 김택연도 항상 개막전을 언급하며 좋은 약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이 감독은 "처음에 조금 세게 맞았다. 본인도 시범경기하고, 다저스랑 경기할 때까지도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당황했다. 그래서 우리도 시범경기를 하면서 '아 좀 맞아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점수를 주지 않아서 '언젠가는 맞을 건데' 하다가 개막전 때 딱 그래서 우리도 사실 당황하기도 했다. 그것을 빨리 잊어버리고 또 초반에 급격히 떨어지면서 제구도 안 되고 굉장히 모든 게 무너졌었다. 2군에 다녀오면서 빨리 열흘 만에 자기 본모습을 잘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김택연에게 마무리투수를 맡기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어린 선수에게 어떻게 보면 팀의 시즌 운명을 맡기는 보직을 넘기는 일이기 때문. 그래서 기존에 마무리 경험이 있던 정철원과 홍건희를 먼저 믿었는데, 코치진은 조금 더 안정감이 있는 선수에게 뒷문을 맡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김택연을 올 시즌 3번째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
이 감독은 "우리는 이제 경험을 조금 더 쌓게 해 주고 싶었고, 사실 너무 부담스러운 그런 상황보다는 조금씩 이제 단계별로 밟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우리가 너무 큰 걱정을 한 것 같다. 김택연이 가진 그릇은 작은 그릇이 아니고, 아주 큰 그릇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임무를 해주고 있기에 지금 충분히 만족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택연은 이제 KBO리그 43년 역사상 최고의 19살 마무리투수에 도전한다. 현재 KBO 역대 고졸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는 2006년 롯데 나승현이다. 김택연은 24일 잠실 키움전에서 시즌 11번째 세이브를 달성하면서 나승현을 뛰어넘기까지 세이브 6개를 남겨뒀다. 2002년 현대 조용준이 달성한 역대 신인 최다인 28세이브까지는 거리가 멀지만, 고졸신인 역대 최다 기록만 세워도 신인왕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김택연은 역대 고졸신인 최다 세이브과 관련해 "하다 보면 언젠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 아프고 잘하다 보면 기록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일단 기록을 쫓아가기보다는 일단 지금 한 경기, 한 경기를 집중하려 한다. (신기록까지) 진짜 하나 남거나 그랬을 때는 조금 생각날 것 같은데, 아직은 딱히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신인왕도 마찬가지다. 김택연은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면 시즌 말쯤에 생각날 것 같다. 아직은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 아프면 잘하고 있어도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라며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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