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꽉 찬 무대에너지, 애니 이상의 화려한 비극美' [리뷰]
50주년 인기 애니IP '베르사유의 장미'가 빠르고 강렬한 무대넘버와 무대연기자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품은 뮤지컬명작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상연중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제작 EMK뮤지컬컴퍼니)는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로, '오스칼'이라는 가상인물을 토대로 프랑스혁명 전후 역사 속 자유와 사랑, 인간애의 의미를 표현한 작품이다.
'벤허', '프랑켄슈타인' 등의 명작을 연출한 왕용범 연출, 이성준 작곡가와 글로벌 IP의 한국 라이선스 대작들을 만들어온 EMK뮤지컬컴퍼니의 합심으로 원작 속 당시 프랑스 배경을 더욱 화려하면서도 입체감있게 그려내는 동시에, 옥주현·김지우·정유지 등을 비롯한 인기 뮤지컬배우들의 불꽃튀는 열연들이 예고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취재 당일 김지우(오스칼 역)·김성식(앙드레 역)·서영택(베르날 역)·리사(폴리냑 역)·장혜린(로자리 역)·성연(제로델 역)등의 캐스트와 함께 펼쳐진 '베르사유의 장미'는 각각 완성작으로도 비쳐질 수준의 꽉 찬 무대넘버들을 바탕으로 음악과 감정연기의 혼연일체를 비추는 듯 보였다.
◇‘애니급 빠른 전개 1막→폭넓은 감정서사 2막’ 무대로 본 ‘베르사유의 장미’
우선 무대는 혁명 직전의 1막, 혁명 직후의 2막 등 두 프레임으로 나뉜다. 1막은 애니메이션 원작의 핵심을 빠르게 짚어내는 듯 무대넘버 중심으로 빠르게 펼쳐진다.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배경으로 한 무도회와 다소 다크한 배경의 '오스칼'의 탄생을 잇따라 배치한 인트로는 배경측면은 물론 작품 전반의 비극적 포인트를 상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낮고 단단한 보컬감의 평민과 높고 날렵한 귀족의 가창이 맞물린 1막 중반부의 '흑기사' 스테이지를 비롯, 환한 조명의 귀족, 무도회장면과 어두운 톤의 서민, 혁명장면들의 대비구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2막은 애니메이션 본편을 현실화하는 듯, 음악과 서사가 적절하게 혼합된 듯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우선 담백묵직한 오스칼의 '너라면', 연모감정을 직접 토로하는 듯한 앙드레의 '독잔' 등 열정적인 사랑면모가 돋보인다.
또한 도끼, 낫, 쇠스랑의 두드림을 포인트로 한 웅장한 느낌의 '비밀결사' 스테이지는 로자리의 절규어린 보컬과 맞물린 광기어린 눈빛의 폴리냑 부인 솔로스테이지와 연결, 인간평등의 의미와 함께 현실적으로 솔직한 감정들을 보여주는 듯 느껴진다. 이는 리프트와 빔을 통한 공간감을 배경으로 자유롭고 거침없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바스티유' 신에서의 푸른 장미빛 엔딩으로 귀결되면서 당시의 서사와 감정들을 완성도 있게 느끼게 한다.
◇‘김지우·김성식·서영택·리사·장혜린 등 올스타 급 압도적 무대매력’ 배우로 본 ‘베르사유의 장미’
이러한 대비구도 속에서 각 인물들의 서사는 배우들의 놀랄만한 연기호흡과 함께 크게 두드러진다. 우선 김지우는 날카로우면서도 유려한 '오스칼'의 감정선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감춰왔던 가녀림과 당당한 마음가짐을 드러내는 빨간 장미 '베르사유의 장미', 가면무도회 직후 흔들리는 속마음을 가르는 백장미의 '나 오스칼', 리프트와 빔을 통한 공간감을 배경으로 한 거침없는 직진의 '바스티유' 신에서의 푸른 장미빛 엔딩까지 감정 흐름들을 자연스럽게 꿰어나간다.
특히 앙드레의 존재감을 깨닫는 솔직한 감정의 '너라면'은 물론, 앙드레의 사망 직후의 절규에 잇따라 펼쳐지는 '바스티유' 신에서의 자유로운 감정호흡 등은 작품 내내 이어지는 '오스칼' 캐릭터로서의 놀랄만한 감정조율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동시에 작품 안의 메시지나 감정까지 입체감있게 비춘다.
김성식은 주인이자 연모하는 오스칼을 향한 희생정신의 '앙드레'를 감성적으로 보여준다. 시종일관 밝고 다정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오스칼을 보호하는 묵직한 망토같은 느낌의 몸짓과 보컬감이 감동을 느끼게 한다. 특히 술집 신에서 펼쳐지는 '이대로 아침까지', 제로델 대위와의 서사에 이은 '독잔' 등은 앙드레로서의 감정을 극적이면서도 깊게 표현하는 김성식의 무대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 서영택은 세트 대신 코러스와 함께 하는 폭넓은 공간에서의 무대연기를 통해 '베르날'로서의 날카롭고 굳건한 의지를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자유, 평등 등의 영단어가 씌어진 프랑스국기를 흔들며 펼쳐지는 '어둠의 끝에서'나 '혁명' 등의 스테이지는 피날레 신 못지 않게 무대의 힘을 묵직하게 하나로 아우르는 그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리사는 폴리냑 부인으로서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접근으로 매력을 나타낸다. 초반의 '마담 드 폴리냑'은 물론 후반부 무도회에서의 극적 지점을 표현하는 '원수' 등에서 비쳐지는 그의 모습은 또렷하게 들리는 가삿말이나 대사는 물론 광기어린 눈빛과 손짓까지 캐릭터를 완벽 체화한 듯한 인상으로 가수이자 무대연기 베테랑 다운 면모를 새삼 실감케 한다. 여기에 장혜린은 초반부 파리의 거리에서 비쳐지는 가냘픈 모습에서 오스칼을 흠모하는 소녀마인드, 원한을 매듭짓고 새롭게 떠나는 모습까지 소녀 로자리로서의 성장서사를 귀여우면서도 신선하게 풀어내는 듯 보인다.
이처럼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원작과는 비슷한 듯 다른 현실적인 공감정서와 함께, 배우들의 극대화된 무대매력을 엿볼 수 있는 명작으로 보여진다.
한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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