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머독, '보수 미디어 제국' 지키려 세자녀와 법적다툼"

황윤정 2024. 7. 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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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자신이 세워 올린 '미디어 제국'의 미래를 놓고 3명의 자녀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올해 93세인 머독은 후계자로 지명한 장남 라클런이 방대한 TV 네트워크와 신문사들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지난해 말 가족 신탁 조건을 바꾸기 위한 '깜짝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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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편집 방향 유지…장남에 힘 실어주려 신탁 변경 추진"
루퍼트 머독(가운데)과 그의 장남 라클런(왼쪽), 차남 제임스(오른쪽)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자신이 세워 올린 '미디어 제국'의 미래를 놓고 3명의 자녀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올해 93세인 머독은 후계자로 지명한 장남 라클런이 방대한 TV 네트워크와 신문사들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지난해 말 가족 신탁 조건을 바꾸기 위한 '깜짝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가족 신탁은 머독이 사망하면 가족 사업을 네 자녀가 넘겨받도록 하고 있다. 또 회사의 미래에 대해 네 자녀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머독은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인 형제들의 간섭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장남에게 권한을 부여해야만 보수적인 편집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의 편집 방향이 유지될 때 회사의 상업적 가치를 보호할 수 있어 나머지 자녀들에게도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변경할 수 없도록 한 가족 신탁을 다시 쓰려는 아버지의 변심에 한 방 먹은 제임스, 엘리자베스, 프루던스 등 나머지 세 자녀는 아버지를 막기 위해 뭉친 것으로 전해졌다. 장남 라클런은 아버지 편에 섰다고 한다.

영어권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기업 중 한 곳의 미래가 걸린 이번 재판은 오는 9월 시작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출신의 머독은 폭스뉴스와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물론 영국과 호주의 주요 신문과 TV 방송을 거느린 미디어 제국을 건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달 미국 네바다의 유언 공증 담당자는 머독이 선의와 오로지 상속인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신탁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NYT는 전했다.

양측은 모두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휴대전화 보고 있는 루퍼트 머독 [AFP=연합뉴스. 게티이미지]

NYT는 "놀랍게도 (가족 간) 다툼이 완전히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행돼 왔다"면서 머독이 보수 세력으로서 자신의 미디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8년 머독이 장남 라클런을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지정하기로 결정하면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무성한 추측들이 잠재워졌지만 이번 일로 가족 간 다툼이 다시 벌어지게 된 셈이다.

고령인 머독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이번 싸움은 '최후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게 NYT의 전망이다.

NYT는 또 가족 간 다툼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정치와 권력이 있다"면서 "머독이 거의 25년 전에 (가족) 신탁을 고안한 이래 머독 가족의 정치적 견해는 급격하게 갈라졌다"고 짚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부상하는 동안 머독과 라클런은 회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폭스뉴스를 더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는 등 더 긴밀하게 발맞춰 왔고, 나머지 세 자녀를 점점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양측은 NYT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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