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이 부른 혹한기' K-배터리…LG엔솔 올해 매출목표도 줄였다
삼성SDI 영업이익 감소·SK온 영업손실 계속 전망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으로 내실 강화…'업턴 대비한다'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매출 목표를 대폭 낮추는 등 배터리업계 실적 부진 흐름이 뚜렷하다.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고자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다.
전방산업 둔화에 상반기 실적 '부진'
국내 1위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천95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7.6% 감소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에 따른 공제액 4천478억원을 제외하면 2천5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객사인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전략을 수정한 데다, 메탈가격 약세로 판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다음 주 실적 발표 예정인 삼성SDI, SK온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하고, SK온은 3천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75.2% 감소했으며, SK온은 3천315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상대적으로 선방한 삼성SDI도 전체 영업이익이 29% 감소했다.
시장 악화가 뚜렷해지자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 1월 제시한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퍼센트(%) 성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대폭 축소했다.
또 IRA에 따른 수혜 규모도 연초 제시한 45∼50GWh(기가와트시)에서 30∼35GWh로 낮춰 잡았다.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캐즘 장기화에 투자 속도 조절…하반기도 지켜봐야
배터리업계는 캐즘이 길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캐파(생산능력) 운영을 최적화하고, 신규 증설 프로젝트를 조정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던 3공장 건설을 최근 일시 중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조5천억원의 투자를 집행한 SK온은 올해 7조5천억원, 내년 2조∼3조 수준으로 점차 설비투자 규모를 줄일 전망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규 증설 프로젝트는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되, 증설 램프업 속도를 조절해 과잉 투자를 방지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CFO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대외 변동성이 확대돼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연초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며 "당초 전년 대비 20%대 중반까지 성장을 기대했으나 20% 초반을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도 지켜봐야 한다.
강창범 LG에너지솔루션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돼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모델이 축소될 경우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완화되는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CSO는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 강화 등으로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수록 미국 시장 내 당사의 입지는 견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관적인 시그널도 있다.
하반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신모델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며, 일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의 재고 확충 요청도 있는 상태다.
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 본부장은 지난 23일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배터리도 반도체와 같이 사이클 산업"이라며 "내년 하반기쯤 캐즘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LFP·ESS 등 포트폴리오 강화…'꿈의 배터리' 개발 박차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부터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 공급 물량 증가로 ESS 매출 및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중국 남경 일부 라인을 ESS LFP용으로 전환해 생산 중이며, 올해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미국법인과 총 4.8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원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셀을 탑재하는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한창이다.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을 마친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고객사들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지난해와 올해 초에 고객들에게 전고체 배터리 샘플 공급을 했다"며 "현재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고객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볼륨과 엔트리 부문에서도 오는 2026년 9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울트라 패스트 차징' 제품을 만들고, 2029년에는 배터리 수명을 20년까지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온도 2029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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