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올해 첫 ‘역성장’ 전망…동트기 전 한파 견딘다(종합)
연매출 목표치 전년비 20% 이상 낮춰
전기차 ‘캐즘’에 IRA 보조금 규모 축소
美 대선 불확실성…‘속도 조절’로 대응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 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연매출 역성장을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한파가 당초 예상보다 더 거세게 휘몰아친 탓이다. 급격히 꺾인 전기차 수요는 쉽게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는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등 환경 변화에 맞춰 민첩한 시장 대응에 나선단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5일 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초 경영계획을 밝히면서 연매출 4~7% 성장을 자신했으나 반년 만에 목표치를 대폭 낮춰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3조7455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에서 올해 27조원 이하로 하락이 예상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 방향성이 바뀐 것은 분명히 아니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완성차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 강도가 생각보다 높다”며 “미국 대선 등 대외 변동성이 확대돼 실적이 연초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전년 대비 20% 중반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20% 초반을 밑돌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주력 시장인 북미 지역은 기존 30% 중반에서 20% 초반 수준으로 변화 폭이 가장 크며 유럽 역시 20% 초반에서 10% 중반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예상 보조금 역시 연초 45~50기가와트시(GWh)에서 30~35GWh로 하향했다.
전기차 캐즘에 원재료인 메탈 가격마저 하락하며 배터리 가격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수산화리튬 가격은 올 상반기 kg당 20달러대를 예상했으나 14달러 아래로 형성됐다”며 “7월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하락세가) 이어져 하반기 배터리 가격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고정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 부사장은 “신규 증설 프로젝트는 전략적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되, 증설 속도를 조절해 과잉 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조정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투자만 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가 미국에 짓고 있는 3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하며 완공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춤한 전기차 시장보다는 하반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쪽에서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ESS로 전환해 가동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신근 ESS전지기획관리담당은 “올 3분기부터 북미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 공급 물량 증가로 ESS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을 제외하고 연내 리튬인산철(LFP) ESS 공급이 가능한 업체는 회사뿐”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올해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ESS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매출 비중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내 건식전극 공정 파일럿 라인을 오창공장에 구축하고 2028년 양산 라인에도 적용한다는 목표다. 건식 공정은 슬러리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집전체에 전극 소재를 바른다. 건조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 열 에너지 사용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미국 대선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는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IRA 보조금 혜택을 기대하며 북미 사업을 키워왔는데 전동화 속도가 늦춰지면서 정책 수혜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창범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국 정권 교체 시 전기차 성장성이 완화될 리스크가 있으나, 대(對)중국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경쟁 측면에서 유리한 면도 있어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는 까다로운 정책 절차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해 (정권 교체 시에도) 법안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국 중심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 기조는 정당을 불문하고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규제 강화로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수록 회사의 미국 시장 내 입지는 견고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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