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발생! 경영책임자 형사처벌의 조건
백승현 2024. 7. 25. 12:01
한경 CHO Insight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종사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경영책임자등을 처벌하는 법이다. 일반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경영책임자등이 무조건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미비한 점이 있고 중대재해만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등은 무조건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만 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법 제4조, 제5조에서 규정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제2조에서 규정한 중대재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검찰과 법원의 입장이다(대검찰청 중대재해벌법 벌칙해설, 사법정책연구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판 실무상 쟁점). 따라서 일부 의무 위반이 있다 하더라도 중대재해 결과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검찰은 중대산업재해의 발생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2차적 인과관계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되어 공사현장에서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추락사하는 2차적 인과관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위반과 같이 법률상 의무가 규정되어 있을 뿐이고 적극적인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부작위범의 경우는 인과관계 여부가 외부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적극적인 행위가 존재하는 이른바 작위범은 범죄행위와 피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비교적 쉽게 인정할 수 있다. 칼로 사람을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망의 원인이 칼로 찌른 행위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판결이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사업장 단위를 기준으로 안전보건 조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수범 대상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현장에 상주하고 있어 그나마 인과관계 판단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비해 용이할 수는 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 현장에 경영책임자가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있을 수 밖에 없어 인과관계 판단이 더욱 쉽지 않다.
현재까지 선고된 18건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판결 중 명시적으로 인과관계를 설시한 판결은 1건(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2. 7. 선고 2022고단2940 판결)에 불과하다. 해당 판결에서 피고인은 수급인의 산업재해예방조치능력과 기술평가기준과 절차 등을 충분히 마련하지는 않았으나, 현장소장 등 관리자들의 작업지시를 위반한 피해자의 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사일보와 관계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의무이행을 제대로 하였다면 추락사고를 피할 수 있었거나 적어도 피해자가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들의 잘못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많은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에서 들고 있는 양형사유는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서 고려할 요소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첫 판결(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3254 판결)은 양형이유에서 불리한 양형인자로‘피해자의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는 피고인들이 판시 기재와 같은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을 이행하였더라도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었고, 유리한 양형인자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해자를 비롯한 건설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하여 있던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일부 그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요소는 양형이유 부분이 아닌 인과관계 판단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사실관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 인정 여부에 있어 정밀한 검증이 요구된다(이승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에서의 경영책임자의 책임과 인과관계, 형사법의 신동향(제79호), 2023).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법원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 없이 쉽게 유죄를 선고할 경우 사실상 무과실 결과책임을 묻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이는 형사처벌 체계의 대원칙을 흔드는 일이다. 법원은 중대재해 사건의 판결문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 자세한 논거와 함께 상세하게 설시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만 책임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형사처벌 체계에 부합하고, 경영책임자 형사책임이 무제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종사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경영책임자등을 처벌하는 법이다. 일반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경영책임자등이 무조건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미비한 점이 있고 중대재해만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등은 무조건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만 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법 제4조, 제5조에서 규정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제2조에서 규정한 중대재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검찰과 법원의 입장이다(대검찰청 중대재해벌법 벌칙해설, 사법정책연구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판 실무상 쟁점). 따라서 일부 의무 위반이 있다 하더라도 중대재해 결과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검찰은 중대산업재해의 발생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2차적 인과관계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되어 공사현장에서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추락사하는 2차적 인과관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위반과 같이 법률상 의무가 규정되어 있을 뿐이고 적극적인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부작위범의 경우는 인과관계 여부가 외부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적극적인 행위가 존재하는 이른바 작위범은 범죄행위와 피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비교적 쉽게 인정할 수 있다. 칼로 사람을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망의 원인이 칼로 찌른 행위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판결이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사업장 단위를 기준으로 안전보건 조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수범 대상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현장에 상주하고 있어 그나마 인과관계 판단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비해 용이할 수는 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 현장에 경영책임자가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있을 수 밖에 없어 인과관계 판단이 더욱 쉽지 않다.
현재까지 선고된 18건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판결 중 명시적으로 인과관계를 설시한 판결은 1건(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2. 7. 선고 2022고단2940 판결)에 불과하다. 해당 판결에서 피고인은 수급인의 산업재해예방조치능력과 기술평가기준과 절차 등을 충분히 마련하지는 않았으나, 현장소장 등 관리자들의 작업지시를 위반한 피해자의 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사일보와 관계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의무이행을 제대로 하였다면 추락사고를 피할 수 있었거나 적어도 피해자가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들의 잘못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많은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에서 들고 있는 양형사유는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서 고려할 요소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첫 판결(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3254 판결)은 양형이유에서 불리한 양형인자로‘피해자의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는 피고인들이 판시 기재와 같은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을 이행하였더라도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었고, 유리한 양형인자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해자를 비롯한 건설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하여 있던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일부 그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요소는 양형이유 부분이 아닌 인과관계 판단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사실관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 인정 여부에 있어 정밀한 검증이 요구된다(이승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에서의 경영책임자의 책임과 인과관계, 형사법의 신동향(제79호), 2023).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법원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 없이 쉽게 유죄를 선고할 경우 사실상 무과실 결과책임을 묻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이는 형사처벌 체계의 대원칙을 흔드는 일이다. 법원은 중대재해 사건의 판결문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 자세한 논거와 함께 상세하게 설시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만 책임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형사처벌 체계에 부합하고, 경영책임자 형사책임이 무제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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