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엔스의 6이닝 역투, 늘어난 체인지업 구사…염경엽 감독이 칭찬한 건 박동원의 리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한 때 퇴출 위기에 놓였던 LG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는 지난 23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안타 1볼넷 7삼진으로 호투했다. 이전에도 롯데전 3경기에서 3승을 거둘 정도로 강했던 엔스는 ‘천적’의 면모를 이어갔다.
롯데에는 줄곧 강했지만 이날 투구 내용이 달랐다. 엔스는 총 92개의 공을 던졌는데 최고 152㎞의 직구(34개)와 커터(31개), 체인지업(20개), 커브(7개) 등으로 롯데 타선을 공략했다. 체인지업 구사율이 높아졌다. 올시즌 엔스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10%대에 머물러있지만 이날 롯데전에서는 20%를 넘겼다.
체인지업은 평소 염경엽 LG 감독이 주문하던 구종도 아니었다. 염경엽 감독은 24일 “나는 계속 포크볼을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체인지업 구사율을 왜 높인 것일까.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박동원의 주문 때문이다. 염 감독은 “동원이가 체인지업 사인을 냈는데 잘 들어왔다. 그러자 비율을 높였다. 그런걸 동원이가 잘 한다. 올해 들어서 엔스가 체인지업을 가장 많이 썼을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의 박동원을 향한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동원이가 엔스의 컨디션에 따라 대처를 잘 하는 것”이라며 “포크볼이 잘 들어오면 포크볼을 쓰고 커브, 슬라이더 등도 잘 들어오는 걸 쓴다. 동원이가 엔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령탑의 눈에도 박동원의 리드가 보인다. 더그아웃에서도 염 감독은 종종 박수를 치며 박동원을 격려하는 걸 잊지 않는다.
염 감독은 “포수의 영향이 정말 크다. 투수를 살리고 죽이는 건 결국 포수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원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잘 해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엔스가 잘 던진 것도 맞다. 전반기 18경기에서 기복 있는 피칭을 하며 8승3패 평균자책 4.62를 기록했던 엔스는 후반기 3경기에서 1승무패 평균자책 0.47을 기록 중이다. 19.1이닝 동안 실점은 단 한 점 뿐이다. 염 감독은 “이제 조금 적응을 하고 있다. 어떻게 던져야되는 지 잘 알고 던진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박동원이 엔스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수들도 박동원에게 의지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자기가 받아보면서 공이 잘 들어오는 것들, 타자들의 컨디션 등을 계산해가면서 경기를 이끌어가더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박동원이 쉴 수 있는 날이 많이 없다. 그나마 휴식을 줄 수 있는 날은 최원태가 선발 등판하는 날이다. 이날은 백업 포수 김성우가 나간다. 염 감독은 “최원태 등판 날이 아니면 동원이가 쉴 날이 없다. 처음부터 만들어둔 자리”라고 했다.
LG는 2023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동원을 4년 65억원에 영입했다. 영입 효과는 엄청났다. LG는 지난해 29년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박동원의 기여도도 적지 않았다.
올해도 박동원은 공수에서 활약 중이다. 85경기 타율 0.277 14홈런 55타점 등을 기록했다. 리그 포수 중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음에도 나온 결과다. 염 감독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할 만 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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