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민 강제북송 가슴아파… 탈북민 상처에 소금 뿌린 격”[영상]

권승현 기자 2024. 7. 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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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순’ 쿠바주재 북한 외교관 리일규
대한민국은 법치국가 아닌가
안 가겠다 몸부림에도 밀어 보내
처벌을 해도 대한민국서 했어야
북한 비핵화 기대 안 하는 게 정답
김씨 왕조 유지 위해 포기 안할것
핵 억제 위해 미국 전술핵 들여와야
트럼프 ‘노련’한데 김정은 ‘무능’
트럼프, 재임기간 북한 핵실험 차단
김정은, 2차례 회담에도 얻은것 전무
나는 ‘망명’ 아닌 조국에 ‘귀순’
북한 2030, 장마당 아닌 한류세대
언젠가 통일에 대단한 역할 할 것
지난해 말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24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최근 ‘귀순’한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참사관)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는 게 북핵에 대응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 탈북민 억류시설에서 반인도주의적 행태가 감행됐다고 증언했으며,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反美) 국가인 니카라과에 북한대사관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교력에 대해 “무능하다”고 평가했지만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파트너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노련하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문화일보가 24일 리 전 참사와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北 비핵화 가능성 ‘0’

―북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소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표현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기대 안 하는 게 정답이다. 북한이 핵을 왜 개발했나. 김씨 일가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순간 왕조가 무너진다는 걸 전제로 하므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다.”

―북핵 억제를 위한 왕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수뇌자(정상) 회의에 가서 ‘확장 억제력’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것도 북핵 억제에 매우 중요하지만, 종당(결국)에는 핵은 핵밖에는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다시 들여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북 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할 순간이 오지 않는다고 보는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미·북의 타협점이 ‘핵 동결’에서 이뤄질 경우다. 핵 동결은 북한이 최종적으로 노리고 있는 방향이자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북, 재외공관 폐쇄 중

―탈북에 실패한 외교관의 운명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체제에 충성하겠다고 선서한 사람들이다. 이 선서를 위반한 자들은 철저히 정치범으로 간주해 가혹하게 죽이거나 정치범 수용소라고 불리는 관리소에 보내진다. 관리소에 보내지면 차라리 처형당하는 게 낫다. 버러지처럼 살 바엔 죽는 게 낫다.”

―외교관들의 탈북을 막는 장치는.

“‘2인 결합 원칙’이 대표적이다. 절대 혼자 이동할 수 없다. 외출할 땐 대사, 당 비서, 안전대표 등에게 모조리 보고해야 하고 행선지도 밝혀야 한다. 갔다 와서는 복귀 사실을 보고해야 하며, 퇴근 시간 이후엔 수시로 전화해서 현지에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중국 내 북한대사관에 탈북민 억류시설 실태는.

“북한이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2020년 1월부터 약 3년 동안 국경을 막았다. 그동안 탈북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잡힌 사람들을 억류하는 공간이 (대사관) 지하에 있었다. 약 3년 동안 운영했고, 그 안에서 반인도주의적인 행태들이 분명히 감행됐다. 이 시설은 북한이 2023년 8월 다시 국경을 열면서 없어졌다.”

―북한이 대규모로 재외공관을 폐쇄하고 있는데.

“북한은 50개 이상 되는 재외공관을 운영할 자금이 없다. 지난해 5월부터 재외공관 축소 대책이 시작됐고 14개의 공관을 없앴다. 또 날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다 보니 그 수많은 공관을 운영할 실용적 가치가 없어서다. 그러니까 중요 공관 몇 개 남겨놓고 나머지 필요 없는 공관은 없앴다.”

―북한이 재외공관을 신설한다면 1순위는 반미 국가 니카라과이지 않을까.

“지난해 7월 북한과 니카라과는 상호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지난 11일 니카라과 대사가 북에 부임했다. 하지만 니카라과에 북한대사관이 신설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니카라과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아니다. 돈도 문제다. 니카라과에 대사관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는 노련, 김정은은 무능

―1·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본국에 있었으니 당시 외무성 분위기를 잘 알고 있겠다.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 노련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임기 4년 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 했고 미사일 실험도 못 하게 했다. 이를 성과 삼아 미 국민의 안보를 지켜냈다고 자부한다. 사실 정말 큰 걸 해낸 거다. 반면 북한은 아무것도 못 얻었다. 당시 북한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 △미국과의 수교 △경제 제재 완화 등 3가지를 이루는 게 목표였는데 얻은 게 뭐가 있나. 김정은 위원장은 외교에 관해 너무 무능하다. 누구한테 칼자루를 쥐여줘야 제대로 칼을 쓸 수 있는지 오판했다.”

―누가 외교를 담당했어야 했나.

“미·북 정상회담은 외무성이 아닌 통일전선부가 주도했다. 통일전선부는 ‘이번 기회에 입지를 강화해보겠다’는 공명심으로 임했다. 반면 외무성은 그런 공명심이 없다. 외교관들의 마음엔 ‘잘못돼서 무너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다른 기관에 숙청 피바람이 불 때 외무성은 수십 년 동안 건재했던 밑바탕이기도 하다. 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미·북 정상회담이 또 이뤄지더라도 혹자가 예견하는 만큼 극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보는 이유다.”

―한국의 남북대화 노력을 평가하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 모든 대통령이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모두 북한에 의해 철저히 속았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는 별 수모를 다 받지 않았느냐.”

◇망명이 아니라 귀순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은 어떻게 보나.

“진보 세력을 욕하는 건 아니지만 그 일만큼은 정말 유감스럽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한국에 온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한의 오물풍선은 어떻게 보나.

“내가 북한 출신이란 점에 대해 유일하게 수치감을 느끼는 게 ‘쓰레기 풍선’이다. 북한 체제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한다.”

―어려운 과정을 딛고 한국에 왔다.

“탈북이라는 게 사실은 죽느냐 사느냐 생사를 건 모험이지 않나. 성공하면 사는 거요, 실패하면 죽는 거다. 플랜 A·B·C를 짜둘 만큼 탈북 과정을 치밀하게 연구했다. 다행히 플랜 A가 성공해 대한민국에 왔다. 언론 보도를 보니 ‘리일규 참사가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기사들이 많더라. 망명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다른 나라로 가는 걸 일컫는다. 난 다른 나라로 간 게 아니다. 대한민국, 바로 조국으로 온 거다. ‘망명’보다는 ‘귀순’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북한 사회의 변화 가능성은.

“북한의 20∼30대를 장마당 세대가 아닌 한류 세대라고 부른다. 한류 세대의 희망은 한국, 즉 통일밖에 없다. 가혹한 공포정치와 이중·삼중의 감시 시스템 때문에 아직은 한류 세대가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들의 역할이 대단히 클 것이다.”

리일규(왼쪽 세 번째)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2019년 5월 23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리수용(〃 네 번째) 북한 노동당 외교담당 부위원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다섯 번째)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회담에 배석해 통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내 대표적 ‘남미통’ … ‘김정은 표창장’도 받아

지난해 우리나라로 귀순한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참사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표창장을 받은 경력이 있는 고위급 북한 외교관이다.

25일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리 전 참사는 지난해 11월 초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귀순했다. 1972년 평양에서 태어난 리 전 참사는 평양외국어대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1999년 외무성에 들어가 2011년 9월∼2016년 1월, 2019년 4월∼2023년 11월 등 총 9년 동안 쿠바에서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았으며, 북한 외무성 내에서 대표적인 ‘남미통’으로 분류됐다. 그는 2013년 7월 쿠바에서 불법 무기를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된 ‘청천강호’ 사건을 해결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김정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2018년과 2019년 1·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당시에는 본국에서 근무하면서 관련 업무에 실무적으로 깊이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외무성 간부의 뇌물 요구, 부당한 업무 지시 등에 시달리다 귀순을 결심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총 105명이었다. 또 지난해 고위직 탈북자 수는 10명 안팎이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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