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기념 가족여행인데”…폭염 속 티몬 앞 ‘무한대기’하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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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티몬 본사 앞에서 만난 최모(69)씨는 인상을 찡그리며 이같이 말했다.
도쿄 여행을 위해 50만원을 결제했던 박영호(24)씨는 "지난 22일 여행사에서 티몬에서 대금을 못 받았으니 환불을 받거나 재결제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설마 티몬이 망하겠나 생각해 기다렸는데 환불도 안되고 걱정이 됐는데 티몬 본사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나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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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다양…수십만원부터 4500만원까지
“피 같은 돈”…청년부터 노인까지 ‘발 동동’
위메프와 달리 무대응 일관하는 티몬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정윤지 수습기자] “칠순 기념으로 가족 여행이었는데…참 곤란하네요”
25일 오전 티몬 본사 앞에서 만난 최모(69)씨는 인상을 찡그리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다음달 5일 필리핀 세부로 아들 내외, 손주와 함께 떠날 계획이었다. 최씨가 티몬에 지불한 금액은 780만원. 그러던 중 티몬 사태가 터졌고 여행사에서는 ‘78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여행이 취소된다’고 통보했다. 최씨는 “힘들게 시간 맞춰 가는 여행인데 망칠 수 없어 돈을 입금했다”며 “나중에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이날 불볕 더위 속 서울 강남 티몬 본사에는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환불을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부터 연차를 내고 온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본사 앞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본사 문이 열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환불을 기다리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노트에는 대기 순서와 이름, 전화번호가 빼곡이 적혀 있었다.
지방에서 환불을 위해 상경한 이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광주부터 강원 원주, 전북 군산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전날 오후 8시에 도착해 하루를 꼬박 새웠다는 김혜선(25)씨는 “전북 전주에서 출발해 밥도 못 먹고 밤도 꼴딱 샜다”며 “남자친구와 태국여행을 특가로 가려고 취업준비생임에도 큰 맘 먹고 150만원을 결제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피해금액도 다양했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환불을 기다리는 이들은 한숨을 내쉬며 본사가 문을 열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티몬 충성고객이라고 밝힌 A(42)씨는 “지난달에 티몬캐시를 샀는데 환불 받아야 하는 금액이 4500만원 정도”라며 “위메프처럼 대표라도 나와 대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의적 책임이라도 져야 하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고 답도 없으니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없는 청년들도 환불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편한 복장으로 본사 앞을 지키던 이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다. 티몬 환불 관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간 한 청년은 현재 티몬 본사 앞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도쿄 여행을 위해 50만원을 결제했던 박영호(24)씨는 “지난 22일 여행사에서 티몬에서 대금을 못 받았으니 환불을 받거나 재결제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설마 티몬이 망하겠나 생각해 기다렸는데 환불도 안되고 걱정이 됐는데 티몬 본사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나왔다”고 토로했다.
환불을 받으러 이른 아침부터 나온 노인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출근하는 자녀를 대신해 자리를 지키는 이들부터 자신이 피해를 입어 환불을 받으러 온 이들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에서 이곳을 찾은 B(65)씨는 “소액이지만 혹시 몰라서 이곳을 찾았다”며 “이전에도 사기 당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당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티몬 본사 건물을 관리했던 용역업체들 역시 대금을 받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본사 건물 관리 용업업체 직원인 C씨는 “우리 업체는 직원분들게 월급을 선지급하고 월말에 티몬에게 대금을 받는 식으로 운영해 왔는데 티몬에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티몬 총무팀에 돈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황당하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전날 오후부터 환불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위메프와 달리 티몬은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티몬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됐으며 회사 문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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