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 덕분에…한화를 더 좋아하게끔" 6살 꼬마 팬들의 진심, 김경문 감독도 감동했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이 기운으로 연패를 끊은 거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66) 감독은 지난 24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감독실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경문 감독은 두 장의 손편지를 탁상에 꺼내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6살 꼬마 팬인 임은혜, 권유민 어린이가 직접 손으로 삐뚤빼뚤 눌러 쓴 편지에는 김경문 감독과 한화를 응원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김경문 감독님, 한화 선수들을 돌봐줘서 고마워요’, ‘감독님 좋아해, 멋져요. 항상 맨날 최고예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지난 23일 구단을 통해 김 감독에게 어린이 팬들의 손편지가 전달됐다. 올 시즌 팀 최다 7연패 늪에 빠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던 김 감독도 동심 가득한 편지를 보며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나이 드신 팬분들한테는 많이 받았지만 이렇게 어린이 팬들이 편지를 보내준 건 처음이다. 짧은 글이지만 굉장히 마음 속이 그랬다”며 “이 어린 팬들이 빨리 커서 나중에 계속 한화팬으로 야구장에 올 것 아닌가. 한화를 더 많이 좋아하게끔 하는 게 내 역할이다”고 책임감을 나타냈다.
꼬마 팬들의 편지에 큰 위안과 힘을 받은 김 감독은 “이 기운으로 연패를 끊은 거다”며 고마워했다. 편지를 받은 다음날인 23일 대전 삼성전에서 6-5로 재역전승하며 7연패를 어렵게 끊었다. “야구 참 어렵다. 안 될 때는 1승이 참 어렵다. 야구가 말로 쉽게 할 게 못 된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지난달 초 한화에 부임한 김 감독이지만 당장 팀 성적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김 감독 부임 후 16승21패1무(승률 .431)로 같은 기간 9위에 머무르고 있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 5위 SSG와 3.5경기 차이로 포스트시즌 추격권에 있었지만 후반기 4승9패로 고전하며 5위 KT와 격차가 6경기로 벌어졌다.
남은 49경기에서 이 차이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단번에 끌어올리거나 팀 구성을 확 바꿀 순 없다. 시즌 도중 팀을 맡게 된 만큼 당장 김 감독의 색깔을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김 감독도 서두르지 않고 길게 본다. 남은 시즌 성적도 포기할 수 없지만 마무리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한 김 감독은 “비슷한 선수들을 만들고 싶지 않다. 확실한 주전들을 만들고 싶다. 주전들이 자기 위치에서 뛰어줘야 팀의 힘이 강해질 수 있다”며 “1군에서 빨리 뛰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내공을 축적해서 기회가 왔을 때 그 자리를 오래 잡을 수 있는 몸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문동주를 비롯해 김서현, 황준서, 조동욱 등 젊은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쓰며 경험치를 주고 조금씩 레벨업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잦은 투구폼 변경과 제구 난조로 방황하던 ‘파이어볼러’ 김서현은 지난 24일 대전 삼성전에서 1-2로 뒤진 8회 구원등판, 1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한화의 3-2 끝내기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는 7연패 이후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한편 김 감독은 24일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했다. 2-2 동점으로 맞선 9회말 무사 1,3루에서 한화 장진혁의 타구를 삼성 2루수 안주형이 다이빙 캐치했는데 최초 판정은 노바운드로 직선타 아웃. 1사 1,3루로 상황이 이어지는가 싶었는데 삼성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판독 결과 노바운드가 아닌 숏바운드로 확인됐다. 직선타가 아닌 땅볼로 타자뿐만 아니라 1루 주자까지 더블 아웃됐다. 안주형의 송구를 받은 삼성 1루수 류지혁이 1루 주자 최재훈을 먼저 태그 아웃시킨 뒤 1루를 밟아 타자까지 더블 아웃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태그하지 않고 1루를 먼저 밟았다면 베이스에 붙어있던 최재훈은 세이프였다.
1사 1,3루가 2사 3루로 바뀌면서 아웃카운트에 손해를 본 한화 덕아웃에서 김 감독이 나와 어필했다. 1루심이 아웃을 선언하면서 누상의 주자들이 뛰지 않은 것이라는 내용으로 어필했지만 퇴장을 당했다. 한화 부임 이후 첫 퇴장. 자칫 흐름이 끊길 위기였지만 다음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오승환에게 끝내기 안타를 치며 3-2로 역전승했다. 퇴장 후 덕아웃 뒤로 사라졌던 김 감독도 끝내기로 경기가 끝나자 금방 그라운드로 나왔다. 선수들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35일 만의 연승 기쁨을 만끽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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