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바이든 "직책보다 미국을 더 사랑해"…백악관 직원들 눈물
"2024 대선은 민주주의 위한 전쟁, 새 세대에 횃불"
해리스 유능하다고 띄우고 트럼프 대해선 언급 안해
"저는 이 직책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제 나라를 더 사랑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 사흘 만인 24일(현지시간) 국민들 앞에서 심경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당과 나라를 통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세대교체라며 해리스에 대한 지지도 표했다. 후보 사퇴 이후 첫 공식발언이자 임기 이래 네 번째 오벌 오피스(집무실) 연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을 미국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싸움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는 그 어떤 직함보다 중요하며 이를 구하는 데 개인적 야망(재선)을 포함해 그 무엇도 방해물이 될 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갈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세대에게 횃불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것이 우리 국가를 통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그가 지지 의사를 밝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추켜세웠다. 바이든은 "저는 제 선택을 했다. 카멀라 해리스는 경험이 풍부하며 강인하고 유능하다"며 "이제 선택은 여러분, 미국 국민에게 달려있다"고 지지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 델라웨어주 클레이몬트에서 겸손하게 시작한 말 더듬이 아이가 어느 날 미국 대통령이 돼 타원형 사무실의 단호한 책상 뒤에 앉을 수 있는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저는 여기 있다"며 "그게 바로 미국이 특별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미국에 마음과 영혼을 바쳤고 "국민의 사랑과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수백만 번의 축복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퇴임까지) 6개월 동안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일을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공화당 일각의 대통령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바이든은 "열심히 일하는 가족들의 비용을 계속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며 "정치적 폭력이나 어떤 폭력도 (미국에) 자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개혁 의지도 드러냈다.
13분가량의 길지 않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임기 중 성과를 긍정하는 데 할애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단 한 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남은 소임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인질을 데려오고, 중동에 평화와 안보를 가져오도록 가자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더 강하게 단결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당장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도출하는 데 올인할 예정이다.
81세의 바이든은 6월 27일의 대선후보 TV토론 이후 고령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으나 거부하다 지난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선 포기를 공식화했다. 민주당 내부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고심 끝에 내린 '역사적' 결정이다. 1968년 린든 존슨이 베트남 전쟁에 따른 여론악화로 그해 3월 31일 선거 운동을 중단한 이래 재선 의지를 꺾은 현직 대통령은 바이든이 유일하다. 이로써 제임스 폴크, 제임스 뷰캐넌, 러더퍼드 헤이즈, 캘빈 쿨리지, 해리 트루먼과 함께 재선에 나서지 않은 대통령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29세에 상원에 선출돼 정치 경력을 시작하며 역대 6번째로 젊은 미국 상원의원이 됐다. 역설적이게 그가 임기를 마치는 내년 1월 20일이면 그의 나이 82세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CNN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의 공개 연설은 질 바이든 여사와 그의 자녀, 손주들도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연설문 작성은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역사학자이자 대통령 전기 작가인 존 미첨이 도왔다. 백악관 직원들은 바이든의 연설 내내 눈물을 흘렸으나, 연설이 끝난 직후 로즈가든에서 환호를 보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CNN에 "아름다웠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바쳤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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