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에 금감원에 해외언론까지 부정적···합병 난관에 빠진 '사면초가' 두산

유민환 기자 2024. 7. 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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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정정 요구에 주주, 증권사, 해외언론까지 비판 여론
밥캣-로보틱스 합병비율은 유지···신설법인의 비율조정은 여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분당두산타워 전경. 사진제공=두산
[서울경제]

두산밥캣(241560)두산로보틱스(454910)의 합병안을 발표한 두산(000150)그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합병 비율을 둘러싸고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넘어 증권사와 해외 언론마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다. 금융감독원도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서 일각에선 합병 철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25일 현재(오전 11시 기준) 두산의 주가는 전날보다 10.46%나 떨어진 17만4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산밥캣은 -7.86%, 두산로보틱스는 -7.39%,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3.68%를 기록 중이다. 지난 11일 합병 발표 이후 두산그룹의 주가 방향은 우하향 곡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두산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떼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향후 흡수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합병비율이다. 두산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당 가치를 각각 5만612원, 8만114원으로 평가했다. 관련 법에 따라 시가로 기업 가치를 평가한 것으로 합병 비율은 1대 0.63이 산정됐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530억원, 영업적자 158억원을 기록한 적자 회사다. 이에 비해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각각 9조7000억원과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알짜회사로 평가된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의 주주들로선 한 주도 받지 못하는 적자 회사와의 합병이 달가울 리 없다. 업계에선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두산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번 개편이 성공하면 두산은 기존 손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이 두산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기존 14%에서 42%로 높아진다.

두산 로고. 사진제공=두산

금감원은 두산이 관련 개편안을 제출한 지 약 2주 만인 24일 두산로보틱스에 합병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가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중요 사항과 관련해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있을 때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두산 측은 금감원으로부터 합병 비율에 대한 정정 요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합병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료를 보완해 이르면 다음 주 중 신고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한 비판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22일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주주에게는 분할합병·주식교환으로 받게 될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 주가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 요소"라며 "이 내용이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되고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의 경우 주식 100주당 27만1000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추산했다. 두산밥캣의 지분 30%을 가진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주식을 100주 가지고 있을 경우 에너빌리티 주식 75주와 로보틱스 주식 3주 남짓을 받는다. 해외 투자자인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는 이 세미나에서 "한국에서 '이런 날강도도 생길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했다. 두산밥캣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지난 열흘간 약 4000억 원에 빠져나가 42%에서 38%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증권사들 또한 두산의 합병안에 부정적 평가를 남기고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두산밥캣 목표주가를 기존 6만4000원에서 5만원으로 21.9% 내렸다. 이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는 장기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지분 교환 및 합병에 대한 두산밥캣의 가치 희석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다”며 "주식 교환에 성공해도 로보틱스의 가치를 지지하면서 시너지를 보이기에는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언론도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추진 난항'이라는 기사를 통해 "두산그룹 구조조정 비판론자들은 한국에도 주주에 대한 신의성실의 의무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한국의 법은 두 개의 상장 기업이 결합할 때 주가를 이용해 계산하는데 이는 주가가 어느 한 기업의 내재 가치를 반영하는지 여부와 무관하다"고 꼬집었다.

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상장 기업끼리의 합병 시 기업가치는 시가(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게 돼있다. 기업 재량에 따라 할인이나 할증을 할 수 있는 수준은 30%로 제한돼 있고 특히 계열사 합병의 경우 그 재량권이 10%다.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두산으로서도 합병 비율을 변경할 권한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법 개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주주들의 반발을 달래지 못할 경우 합병 철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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