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기댄 성장...관건은 내수 회복

2024. 7. 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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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댄 외발호황 구조 불안
고금리 완화돼야 체감경기도 개선
한은 “내수, 하반기에는 나아질것”
연성장률 전망치 하회 우려 일축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의 모습 부산=임세준 기자

올 2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1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경제 회복세에 대한 낙관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었고, 내수도 여전히 위축된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 순수출도 -0.1%포인트로 각각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한은은 올해 수출 회복세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하반기 물가 안정 등으로 인해 민간 소비도 탄력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국민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되고 있다지만, 모든 투자가 마이너스=우선 투자가 사실상 멈춘 것으로 보인다. 총고정자본형성(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4%포인트에 달했다.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이면, 사실상 성장률을 그만큼 끌어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가 성장률을 0.4%포인트만큼 끌어내렸단 소리다. 건설투자(-0.2%포인트)와 설비투자(-0.2%포인트)도 모두 하락했다.

특히 민간에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민간투자 기여도는 -0.3%포인트, 정부는 -0.1%포인트다.

소비와 비교하면 투자 위축세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최종소비지출의 GDP 기여도는 중립(0%포인트)이었다. 민간소비가 -0.1%포인트 가량 GDP를 낮췄지만, 정부(0.1%포인트)에서 보전했다. 민간소비 위축보다 민간투자 위축이 GDP 하락에 3배 가량 더 악영향을 미쳤다.

고금리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이 겹치면서 설비투자와 건설부자가 모두 살아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내수는 1분기 일시적인 개선 요인이 작용을 하면서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등 그동안 좀 부진했던 부분이 이제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2분기에 들어선 조정이 일어났다”며 “내수는 작년부터 계속 안 좋은 흐름을 보였고 올해 1분기에 잠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분기 다시 조정이 되면서 부진한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작년 동월 대비 5.1% 급감했다. 건설투자도 부진하다. 5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부문의 부진에 기인해 전월(-0.1%)보다 낮은 -3.8%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출보다 수입 더 늘어...하반기엔 순수출 플러스 예상=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순수출도 2분기엔 성장률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순수출 성장률 기여도는 2분기 -0.1%를 나타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원유 등 석유제품의 수입이 경기 회복 과정에서 정상화되면서 늘어난 것으로 봤다. 신승철 국장은 “전반적으론 수출이 수입 증가율보다 높아질 것이고, 하반기엔 순수출 성장 기여도가 플러스(+)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고 하반기 내수가 살아나면 한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5% 달성엔 무리가 없단 입장이다.

실제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2.8%를 기록했다.

한은은 하반기엔 2.2%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산술적으론 한은 성장률 전망치인 2.5% 성장이 가능하다.

▶하반기 고물가 ·고금리 완화돼야, 체감 경기도 개선=관건은 경제 성장이 얼마나 국민들의 실생활에 와닿느냐는 것이다. 1분기 깜짝 성장에도 민간 소비나 투자 등 지표가 나아지지 않은 것은 실제 체감 경기가 그만큼 위축돼있다는 방증이다.

한은도 하반기 내수 개선세가 보이더라도 체감경기엔 늦게 반영될 수 있다고 봤다.

신승철 국장 “하반기 내수 개선세를 보이더라도 체감경기가 바로 이어지거나 할 것 같진 않다”며 “국민 체감경기가 좋아지려면 수출이 계속 좋으면서 내수 쪽으로 그게 파급이 돼야 하고 체감 경기를 제약했던 고물가·고금리가 완화되면서 GDP로 민간소비로 반영이 돼야 하는데, 늦게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다 직접적으로 내수 부진을 언급했다. KDI는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9%로 2년 4개월 만에 2%대를 기록하고,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분위기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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