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부진에 코스피 급락…하락장 전환일까, 일시적 조정일까
"美대선 변동성 확대, 2,650 가능성도" vs "과열부담 해소, 실적시즌 반전가능"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코스피가 25일 장중 2% 가까이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조정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6월에 이어 이달 중순까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900 고지를 목전에 뒀던 코스피가 어느덧 2,800대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2,70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시장에선 상반기 증시를 이끌어온 인공지능(AI) 랠리가 한계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본격적인 하락장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동반 부진을 보이면서 증시 전반에 하방 압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역대 최고 매출액과 함께 6년 만에 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오히려 6% 넘게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종가 기준 24만1천원에 달했던 주가가 불과 2주 만에 20만원 아래로 후퇴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1%가 넘는 하락세로 주가가 8만900원까지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도 지난 11일 종가 8만8천8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지 2주 만에 주가가 9% 넘게 하락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주가 7월 중순 이후 급격한 조정을 겪는 데는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 부진이 배경이 됐다.
간밤 뉴욕 증시에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과 테슬라가 각각 5.04%, 12.33% 급락한 것을 비롯해 엔비디아(-6.8%). 메타(-5.61%), 마이크로소프트(3.59%), 아마존닷컴(-2.99%), 애플(-2.88%)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 종목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M7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7천680억달러(1천63조원) 증발했고, 조정 국면이 본격화한 지난 10일 이후로는 1조7천억달러(2천353조원) 감소했다.
국내외 증권가에선 AI 반도체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전망이 없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하이투자증권은 "AI 산업에 대한 경계감 및 경기둔화 우려가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전은 보통 수출기업, 내수기업, 중소형 기업 순서로 진행되는데, 현재 내수 부진과 중소형 기업 업황의 부진에 따라 어닝 시즌이 중후반으로 갈수록 기대감이 다소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이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대선 후보 교체로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급증한 것 역시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 증시도 지난주부터 반도체주의 부진 속에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주에 투자)에 따른 일부 테마주의 급등과 되돌림 현상이 부각되면서 좀처럼 방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힘을 받으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업종별 차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방어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미국 대선 직전 주식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코스피 하단을 더 열어둬야 한다. 현 지수는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이지만 추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9배인 2,650포인트를 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예상했다.
다만, 금주 증시 급락을 불러온 M7 실적은 아직 5개 업체가 남아있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등 실적 발표 후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 증시 전반의 과열 부담도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며 "단기적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어려운 환경이지만 증시 하방으로의 포지션 전환은 현재는 미루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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