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우원식에 "여야 가리지 않는 공정한 국회 운영 기대"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25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여야를 가리지 않는 공정한 운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이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방송4법',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등의 쟁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우 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 정신을 잘 지키는 협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우 의장도 그 취지에 동감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이날 공정한 운영, 합의 정신 등을 언급한 것은 현 국회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여당이 반대하고 야당이 주장하는 '방송 4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을 처리한다. 우 의장은 자신의 중재안을 정부·여당이 거부하자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은 22대 국회를 구성한 민심을 반영한 국회를 만들 의무가 있다"며 "상황 변화가 없다면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날 접견에서는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비판하는 말들이 오갔다. 한 대표와 동행한 성일종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어떻게 한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한동훈)특검을 내냐,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씀드렸고 우 의장은 이에 '(민주당이) 좀 과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성 총장은 '방송4법'도 문제 삼으며 "여야 합의가 없는데 일정을 이렇게 추진하는 게 맞느냐, 민주당 정부였을 때 현행법대로 임명했다. 그런데 지금 야당이 되고 나서는 모든 걸 탄핵으로 하고 있지 않느냐,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의장실 측은 이날 오후 "우 의장이 '(민주당이) 과하다'고 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의장실 측은 "(우 의장은) 여야 대치 상황을 우려했고 특히 야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 아쉬움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앞선 모두 발언에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우 의장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그때 봤던 합리적인 정치 개혁과 여야를 가리지 않았던 공정한 진행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지금도 기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제가 한 달여 사이에 집권당 당대표가 됐는데 국민이 절 선택해 준 이유를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더 반응하고, 미래에 대해 더 유능한 정치를 하고, 외연 확장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어떻게 보면 이는 국민의힘을 향한 명령이기도 하지만 정치 전반의 목표점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정치가 굉장히 어렵고 실망스러운 상황인데 이 부분에 관한 실타래를 우 의장 역시 제가 받은 명령의 기준으로 잘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저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우 의장에게 상의드리고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우 의장은 한 대표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면서도 현 국회 상황에 안타깝다는 심경을 내비치며 협치를 당부했다. 우 의장은 "국회는 국민들의 민심을 그대로 투영해서 구성되고 22대 국회 역시 그렇다"며 "의장이 되면서 민심을 잘 받들고 22대 국회를 구성한 국민의 뜻을 잘 관철해 나갈 수 있도록 입법부 수장으로서 역할을 잘 하겠다고 했는데 한 대표 역시 수락연설에서 '민심을 이기는 것은 어느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민심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잘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을 봤다. 이에 동감하고 앞으로 민심을 중심으로 잘 맞춰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장은 "한편으로는 요즘 국회가 아쉽다"며 "22대 국회 들어 계속해서 (여야가) 대립하고 갈등하고 부딪혀 왔기 때문에 그 매듭을 푸는 고리로서 방송법과 관련해 서로 강행을 중단하고 시한을 두고 의견 수렴, 대화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결국 강대강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우 의장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의장과 여당의 당 대표, 양당의 원내대표가 잘 상의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고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우 의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 위기, 지역 소멸, 균형 발전, 저출생 등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로 이는 가장 중요한 의제"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과제인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여느 때보다 가계 부채가 심각하고 미국발 금리 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아주 형편 없어지고 있다. 정말 도탄에 빠져있다고 해도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통해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고 민생과 민심을 잘 떠받들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며 "당선을 축하하고 환영한다"고 부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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