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보존에만 치중된 규제 개선돼야" 서울시, 도시계획 방안 모색

김효정 기자 2024. 7. 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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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청 서소문1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 도시공간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효정 기자

서울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유산 보호와 도시계획을 분리해 관리하던 기존의 관점을 바꿔 역사문화유산 특성을 고려한 구역별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울시는 25일 서소문1청사 대회의실에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매력도시 서울'을 주제로 2024 도시공간정책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서울시와 한국도시부동산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각계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문화유산 주변 지역의 경직된 규제로 인해 노후화된 도심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바탕으로 문화유산을 보호하면서 도시와의 상호 조화와 공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됐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의 다양한 문화유산은 그동안 획일적 관리 기준에 따라 보존에만 치중돼왔던 게 사실"이라며 "도심 한복판인 종묘, 남대문 등 문화유산 주변에는 아직 낙후된 도심지가 존재하고 있어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고 이날 컨퍼런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문화유산이 아닌 현재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진 한국도시부동산학회장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주변의 개발이 서로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라며 "서울의 문화유산과 주변지역이 점-선-면으로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되어 함께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계획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구자훈 한양대학교 교수는 "도시의 패러다임이 '지속가능'에서 '번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서울은 정치, 경제 등 중추 기능 집적지에서 역사문화중심지로 변모하고 있어 역사문화자산과 연계한 도시계획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단기 내 성과만을 고려한 사업중심 정책, 관광·산업활성화 중심정책 추진으로는 역사문화 창의도시를 실현할 수 없다"며 "지역사회에 내재된 역사문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간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형성과 도시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에선 신윤철 서울시 도시재창조과장이 '문화유산과 도심공간의 조화를 위한 미래도심서울 발전방안'이란 주제로 포문을 열었다. 다양한 역사적 자산과 현대적 건축물이 공존하는 서울 도심부에서 역사문화적 특성을 살려 매력과 활기가 넘치는 도심 구현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신 과장은 "도심부 내 문화유산은 물리적으로 밀도가 높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어 단독으로 그 가치를 빛내기보다 변화하는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게 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종전의 평면적이고 획일적인 규제하에서는 건축행위가 일어나기 어려워 도심이 노후화되고 문화유산이 고립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유산이 본연의 위상을 높이면서 시민과 더욱 가깝고 친밀해져 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변 지역과의 연계강화를 제안했다.

먼저 문화유산의 조성 시기, 도심 내 점유 정도, 도심 기능과 역할, 형태 등을 고려한 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문화유산 유형을 세부화할 것을 제안했다. 궁궐, 종묘 등 전통 문화유산과 명동성당, 탑골공원 등 근현대문화유산을 분리하고 도시화 과정에서 생성된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해서는 현상변경 허용기준을 완화해 활용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또 폐쇄적, 제한적으로 운영돼 도심 주요 공간 역할을 저하시켜온 고궁과 공원 등을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할 것을 제안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환구단 정문 철제 울타리를 걷어내고 탑골공원 담장 철거를 진행하는 등 시민 개방 공간을 늘려나가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경복궁-청와대, 종묘-창경궁 연결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 앙각 규제 등 문화유산 주변부 관리체계 개선, 문화유산별 맞춤 도시관리계획 수립 등도 제안했다.

다음으로 이재민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심창섭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가 각각 경관 성능기반의 높이관리 방안 및 관광의 관점에서 본 문화유산의 역할에 대해 발제를 이어나갔다.

이 교수는 "서울시가 2005년부터 시행해온 건축물 높이 제한은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지역의 인구감소, 도심 활성화 저해 결과를 초래했다"며 "세계도시의 추세에 맞게 서울도 경관 성능 목표를 설정하고 디지털 트윈과 3D 아이소비스트(Isovists·가시성) 분석을 통해 건축물 높이와 경관 영향을 평가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경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건축의 자유도를 높여 도심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심 교수는 "현대의 도시관광에서는 지속적인 '변화'까지도 도시의 매력으로 있으며 관광객은 특정 랜드마크가 아닌 도시 전체의 유무형 요소에서 도시의 정체성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2026년 관광객 3000만명을 기대하고 있는 글로벌 관광도시 서울에서 문화유산의 의미는 재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호만을 강조해 문화유산을 특정 시대에 가둬 두기보다는 다양한 최신 기술과 새로운 관점과의 접촉이 허용되는 환경을 조성해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콘텐츠로 발전시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긴 '서울다움'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국도시부동산학회 학술부회장 권영상 교수를 좌장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기존의 획일적인 문화유산 주변 관리기준을 개선해 도심을 활성화 해야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또 문화유산별 고유한 특징과 주변 지역의 도시적 맥락을 고려한 세부기준이 구체화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폐회사를 통해 "기존 문화유산 관리기준의 한계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나눠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주요 문화유산 주변의 개발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등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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