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4만 명 죽었는데…네타냐후 "민간인 사망, 실질적으로 없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4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미 의회에서 연설을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민간인 사망은 실질적으로 없다는 답을 내놨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예정된 다른 일정이 있다며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24일(이하 현지시각)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워싱턴 D.C 의회의사당에서 연설에 나선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 벌이고 있는 전쟁이 "문명과 야만의 충돌"이라며 "미국은 이스라엘과 항상 함께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할 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이날 기준으로 3만 9145명에 달했음에도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의 사망은 "실질적으로 없다"며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민간인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지지구에서 하마스를 몰아낼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 능력을 소멸시키고 가자지구 통치를 끝내며 모든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그것이 완전한 승리이며 그 이하로는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석방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 뒤에 이란이 있다면서 이란의 주적이 미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들과 미국의 공통의 적이 이란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적은 미국의 적이며 우리의 싸움은 미국의 싸움"이라며 "우리의 승리가 여러분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신속한 무기 지원은 가자지구의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고 중동에서의 확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에 중동 정세의 안정을 원하면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대해 "가자지구에서의 재정착을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게 하려면 한동안 핵심적인 안보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본인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ICC 검사들은 이스라엘 때문에 가자지구가 기근에 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완전한 날조"라며 "ICC는 이스라엘에 족쇄를 채워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의사당 앞에는 약 5000명의 시민들이 연설에 항의하고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들에 대해 "이란의 멍청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 "강간범과 살인자 편에 서 있는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연설에 해리스 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은 외국 지도자들의 연설에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계획돼 있는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불참을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22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이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학생 클럽 주최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민주당 내 지지층들의 악화된 여론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해리스는 (네타냐후의) 연설에 참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회피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수행 방식에 반대하는 많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정치적인 난제"라고 평가했다.
CNN은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불참 결정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미 진보세력의 반발이 커진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네타냐후의 긴장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 중 일부도 '전범', '집단학살 유죄'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 등을 들어올리며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해리스의 불참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의 네타냐후 초청은 미국 내 시온주의(유대 민족주의)에 대한 호의적 여론과 민주당 및 미국 내 진보세력의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정치 지도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미국 의회 연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25일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로 만나 하마스와 휴전 협상 및 인질 석방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과도 이날 만날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26일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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