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공방에 휘말린 네타냐후 "이스라엘 승리는 美의 승리"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4번째 美 상하원 합동 연설 나서...역대 최다 연설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에게 감사 표해...추가 군사 지원 촉구
하마스 상대로 "완전한 승리" 추구, "이스라엘과 美 모두 이란과 싸워"
"이스라엘의 승리가 미국의 승리" 주장
해리스 및 민주당 진영에서는 네타냐후와 거리 두기
트럼프 및 공화당 진영에서는 적극 구애...트럼프-네타냐후 회동 예정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타결 임박으로 알려져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왼쪽·루이지애나주)과 민주당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장(메릴랜드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치고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연설은 하원의장과 부통령 겸 상원의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가 주재해야 하나 해리스가 대선 유세로 불참하면서 유태인 상원의원인 카딘이 대신 참석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태 해법을 두고 미국 정부와 갈등중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완전한 승리"를 주장하며 미국의 신속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승리가 곧 미국의 승리"라며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美·이스라엘 모두 이란 상대로 싸워"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 중인 그는 연설에서 개전 이후 이스라엘에 물자를 지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이스라엘에 대한 반세기의 우정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바이든 외에도 집권 당시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내놓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언급한 뒤 감사를 표했다.

이날 네타냐후는 하마스와 갈등이 "문명간 충돌이 아니라 문명과 야만의 충돌"이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할 때 우리는 이기고, 그들은 패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란은 미국을 주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적은 미국의 적이며 우리의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우리의 승리가 여러분의 승리"라면서 바이든 정부의 추가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 능력과 가자지구 통치를 소멸시키고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그것이 완전한 승리이며 우리는 그 이하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마스가 항복하고 납치한 인질을 돌려주면 전쟁을 바로 끝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질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들의 석방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면서 "나는 이 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자신에게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결정이 날조라며 "ICC는 이스라엘의 손에 족쇄를 채워서 우리가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손이 묶이면 다음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전후 가자지구의 미래에 대해 "내 구상은 무장을 해제하고 탈급진화된 가자지구"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재정착을 추구하지 않지만, 한동안 테러의 재발을 막고 가자지구가 다시 이스라엘에 위협을 제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결정적인 안보 통제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인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UPI연합뉴스

해리스, 이스라엘에 거리 두기...트럼프는 적극 구애

네타냐후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은 이번이 4번째로 외국 정상으로는 최다 기록이다. 바이든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한 지난해 10월 직후에는 네타냐후를 지지했으나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네타냐후가 휴전 협상을 미루면서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달 바이든 대신 오는 11월 미국 대선 후보로 나선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부통령으로서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해리스는 일반적으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주재하지만 선거 유세를 이유로 이날 연설에 불참했다. 해리스 외에도 약 5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연설에 불참했고 의사당 밖에는 네타냐후를 비난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네타냐후는 연설 가운데 반(反)이스라엘 시위대를 언급하고 "강간범과 살인자 편에 서 있다"면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은 공식적으로 이란에 유용한 바보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일단 25일 바이든과 만나 가자지구 휴전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반면 네타냐후를 초청한 공화당 진영은 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밀착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는 개전 초기에는 침묵했으나 지난 3월에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바이든과 만난 다음날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 자택을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2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2020년 대통령 재임 당시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수교(아브라함 협정)를 주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첫 임기 동안 나와 네타냐후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했고, 역사적인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했다"고 소개한 뒤 "우리는 다시 한 번 그것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의 '힘을 통한 평화' 어젠다는 이 끔찍하고 치명적인 전쟁들과 폭력적 충돌들이 끝나야 함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며 "해리스는 이것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24일 보도에서 이날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의 브리핑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협상이 "타결을 희망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고 있다"며 네타냐후와 바이든이 25일 정상 회담에서 이를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5월 23일 예루살렘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