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이길 수 없다” 164승 좌완 에이스 향한 사령탑의 조언, 왜 커브를 권유했나
[OSEN=수원, 길준영 기자] 프로야구 SSG 랜더스 김광현(36)이 볼배합에 변화를 주면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김광현은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회말 2사에서 문상철에게 안타를 맞은 김광현은 장성우를 포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2회에는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안타를 맞았고 배정대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강현우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는 황재균과 심우준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3회 선두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삼진으로 잡아낸 김광현은 김상수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문상철에게 1-4-3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4회에는 선두타자 장성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민혁, 배정대, 강현우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김광현은 5회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았다. 심우준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로하스를 볼넷으로 내보낸 김광현은 김상수의 진루타로 2사 1, 3루 위기에 몰렸지만 문상철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았다. 6회는 탈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SSG가 3-1 역전에 성공한 7회 김광현은 조병현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이날 등판을 마쳤다. 하지만 필승조 조병현과 노경은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7회에만 4실점하며 김광현의 승리도 날아갔다. SSG는 3-5로 패했다.
투구수 89구를 기록한 김광현은 체인지업(29구), 직구(23구), 커브(20구), 슬라이더(17구)를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km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슬라이더의 평균 구사비율은 37.6%로 가장 높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19.1%에 머물렀다. 대신 체인지업(32.6%)과 커브(22.5%)의 비중이 높아졌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1.8%을 기록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KBO리그 통산 376경기(2121이닝) 164승 95패 2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 20경기(105⅔이닝) 6승 7패 평균자책점 5.03으로 다소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광현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SSG 이숭용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결국은 제구다. 좋을 때는 본인이 원하는 커맨드가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실투가 많이 들어간다. 본인이 너무 어렵게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야구를 하다보면 사이클이 있다. 한 3년 정도 좋으면 한 번 정도는 고비가 온다. (김)광현이도 올해 그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그래도 잘 이겨낼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에게 커브를 더 적극적으로 구사할 것을 권유했다.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이숭용 감독은 “광현이가 이전에는 직구가 150km에 육박했고 슬라이더도 130km대가 되기 때문에 타자들이 빠른 구종에 손이 나갔다. 지금은 구속이 150km까지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중간 타이밍으로 직구와 슬라이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직구는 조금 늦더라도 변화구는 잡는 것이다. 그러면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이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예전에는 파울이 나오고 헛스윙이 나올 공이 이제는 중심에 맞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커브를 권유했다”라고 설명했다.
“커브는 종으로 떨어지는 것이 크기 때문에 그 구종 하나만 보고 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한 이숭용 감독은 “커브를 노리면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다 포기해야한다는 것이다. 노리지 않고 커브를 쳤다면 그건 더 대단한 타자다. 그렇게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숭용 감독은 “내가 타자였을 때는 광현이 공을 못쳤다. 직구가 워낙 릴리스 포인트도 높고 슬라이더가 직구와 궤적이 똑같이 오다가 떨어졌기 때문에 헛스윙이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 스피드가 없다. 세월은 어쩔 수 없고 나이를 먹으면 구속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하고 변화가 필요하다. 오래 롱런한 투수들을 보면 다들 예전에는 좋은 공을 던졌다가 나이를 먹으면 변화를 줬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쓰는 배트의 길이와 무게를 끝까지 고집하기는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스윙도 변화를 주고 타이밍도 변화를 줘야 한다. 예전에 잘맞던 공이 파울이 되기 시작하면 무게도 낮추고 배트도 짧게 잡는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성적이 안좋으면 어떤 감독과 코치가 그 선수를 쓰겠나. 생존을 해야하니까 변화를 주는거다”라고 덧붙였다.
“누구나 다 그런 시기가 온다”라고 말한 이숭용 감독은 “광현이도 지금 그런 과도기가 왔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지혜롭게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믿는다”라며 김광현의 반등을 기대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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