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나가면 바꾼다” KIA 175승 대투수는 못 말려, 은밀한 거래마저 뿌리쳤다…꽃범호 ‘고마운 마음’[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한 명 나가면 바꾸겠다.”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은 지난 2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서 9이닝 4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7승(3패)을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5월1일 광주 KT 위즈전(9이닝 8피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개인통산 10번째 완투승이었다. 개인통산 세 번째 무사사구 완봉승.
양현종은 완투승 직후 “수석코치님하고 투수코치님하고 딜을 했다”라고 했다. 무슨 내용이었을까. 양현종은 “(7회 직후)정재훈 코치님도 일요일(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던져야 하니 그만 던지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도 8회까지 던질 것이라면 차라리 9회까지 던지면서 중간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이날 95개의 공으로 ‘매덕스’ 완투승을 거뒀다. 7회까지 단 77개의 공만 던졌다. 페이스 자체는 완투였다. 그래도 이범호 감독은 24일 광주 NC전을 앞두고 “7회 던지고 바꾸려고 했다. 그런데 이닝에 대한 자기만의 야구관이 확실한 친구다. 그것보다 이번주에 두 번 더져야 하고, 전반기에 팔이 조금 무거운 상태에서 열흘 정도 휴식을 줬기 때문에, 부상 생각이 혹시나 들었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의 팔을 관리하기 위해 77구를 소화한 에이스를 8회에 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닝 욕심이 많은 양현종이 물러서지 앉았다. 그러자 8회와 9회에 주자를 1명이라도 내보내면 교체한다고 했다. 이를 양현종이 받아들였다.
양현종은 대단했다. 8회와 9회를 단 18개의 공만으로 정리했다. 이미 스코어가 7점차로 벌어지긴 했다. 그래도 마지막 2이닝 동안 단 1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도 약속대로 양현종을 교체하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더 던지고 싶어 하는 투수에겐 항상 고마움을 가진다. 본인이 더 던지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한 명 나가면 바꾸겠다는 조건을 깔고 8회에 올렸는데, 고맙게 생각한다. 많이 던질 수 있는 투수를 보유한 팀에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사실 두 사람은 사연이 있다. 지난 17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만 남기고 강판했다. 이범호 감독으로선 경기흐름이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두 템포 빠르게 양현종을 교체했다. 양현종이 팀의 간판투수인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였다. 이후 이범호 감독이 양현종을 덕아웃에서 백허그하는 장면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혀 화제를 모았다. 양현종은 당시 ‘차도남’ 표정이었다.
결국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다. KIA의 승리와 KIA의 대권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잔심이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은 완투승으로 그날의 한을 풀었다. 이범호 감독은 그런 에이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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