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아빠와 딸, 감독과 선수…정상을 향해 ‘오르는’ 부녀의 도전[올림픽+알고봅시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21·서울시청·노스페이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암벽을 올랐다. 클라이밍 선수 출신인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7살 서채현에게 클라이밍 암장은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11살이던 2013년엔 SBS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클라이밍 신동으로 소개됐다. 천진난만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암벽을 타던 서채현은 ‘특출난 아이’에서 국내 최고 선수로 급성장했다.
서채현은 특히 1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인공 구조물을 잡고 6분 이내 가장 높이 오르는 리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 국제산악연맹(IFSC) 월드컵 시리즈 리드 종목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시니어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제2의 김자인’으로 불리며 스포츠클라이밍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서채현은 첫 올림픽을 아쉽게 8위로 마무리했다.
가장 자신 있는 리드에선 선전했지만 볼더링과 스피드에서 크게 처졌다. 서채현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생애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3년 전보다 근력을 키우고 볼더링 실력을 끌어올렸다. 기존 콤바인 종목에서 스피드가 분리돼 리드와 볼더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아버지 서종국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 감독과 함께하는 대회라서 더 특별하다. 서채현은 서 감독을 ‘유일한 스승’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클라이밍을) 아빠한테만 배웠다. 제 유일한 스승님이라서 훈련할 때 더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채현이 세계적인 클라이밍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서 감독은 “영광스러운 자리에 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부녀가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하는 가운데 이번 대표팀에는 서채현 말고도 대를 이어 클라이밍 선수로 활약 중인 기대주가 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콤바인에서 은메달을 땄던 이도현(22·서울시청·블랙야크)은 2020 도쿄 올림픽 때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창현 전 감독의 아들이다. 이도현은 “아버지가 대표팀 감독으로 도쿄 올림픽에 다녀오시는 걸 보고 올림픽에 대한 꿈이 커졌다”고 이야기했다. 이도현의 목표도 올림픽 메달이다.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8월5일 남자 볼더링과 여자 스피드 예선전을 시작으로 10일까지 이어진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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