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이 뜬다…식품업계, 새 먹거리로 낙점

김지우 2024. 7. 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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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농촌 고령화…'스마트팜' 관심
정부, 2027년 스마트팜 수출 목표 8억 달러
업계, 자체 기술 수출·스타트업 협력 박차
스마트팜 기술 /사진=아이클릭아트

식품업계가 스마트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팜 관련 기업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넘어 이젠 자체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해 수출하기도 한다. 기후 변화와 농촌고령화 등으로 농업환경이 바뀌면서 스마트팜이 식품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팜이 뭐길래

스마트팜은 ICT기술(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과 로봇 자동화 기술을 융복합한 농장을 말한다. 정부는 스마트팜을 농업 분야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오는 2027년까지 스마트팜 산업 수출 8억달러(한화 약 1조1000억원)를 목표로 육성키로 했다.

정부가 스마트팜 확산을 본격 추진한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농업위기를 극복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팜 확산 방안을 마련했다. 고령인구비율 증가로 농촌 환경이 크게 변화한데다,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라 식량자급률 하락, 생산비 증가에 따른 농업소득 정체 등으로 우리나라 농업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 /사진=아이클릭아트

농어촌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스마트팜 보급현황과 확산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소득은 15년 간 매년 평균 1.4% 증가했지만, 농업경영비는 연평균 3.8% 증가했다. 이에 농업경영비가 증가하면서 부채는 커졌지만, 소득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 인구도 문제다. 농촌인구는 연간 2.5% 이상 줄었다. 특히 20~50대 가용노동인구가 매년 크게 감소했다. 스마트팜은 국내 농업의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농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대안으로 꼽힌다. 더불어 국내 농식품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책으로서도 스마트팜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으로 농가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1년 간 월별 평균 기온이 장기(1973~2023년) 평균 대비 1℃ 상승하면 1년 뒤 소비자물가는 0.7%, 농산물 가격은 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 뛰어든 결과

이에 따라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찌감치 자체 스마트팜 개발에 나선 곳은 농심이다. 농심은 지난 1995년 강원도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했다. 감자 스낵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감자 품종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한 의도였다. 사내 스타트업을 만들고 특수작물 연구를 위한 재배시설과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해왔다.

농심은 2022년 11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 수출했다. 이후 지난해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스마트팜 수출 MOU를 맺었다. 이어 최근 농심은 정부의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형 스마트팜을 수출하기로 했다.

농심 스마트팜 /사진=농심

농심은 2025년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농심이 생산한 작물은 사우디 현지 파트너사의 기존 유통망에서 우선 판매한다. 향후 현지 유통채널에도 입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농심은 스마트팜에 투자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스마트팜은 R&D비용이나 인건비 이외에 별도 투자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투자비용 산출이 어렵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스마트팜 계약재배

스마트팜 업체와 손잡는 식품·식자재기업도 느는 추세다. 계약재배 농가에 스마트팜 기술 적용을 추진하는 형태로 협업을 추진하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선 일석이조다. 고품질의 식재료를 공급받는 동시에 지역농가 판로 개척, 데이터 기반 농업 솔루션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식자재 납품·급식사업 등을 운영하는 CJ프레시웨이는 최근 스마트팜 전문기업 대동과 '스마트 계약재배' 사업 고도화에 나섰다. 주요 품목은 양파, 마늘, 감자 등이다. B2B 식자재 시장 수요가 큰 노지 대형작물들이다. 

현재까지의 사업 추진 규모는 농지 면적 기준 약 4만5000평이다. 올 하반기엔 약 2만1000평 규모의 신규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충북 보은군 소재 농가 8곳에 디지털 기상대, 자동 관수·관비 장비 등 스마트팜 솔루션을 적용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기반 생육 가이드를 제공한다. 재배 데이터를 수집해 지역 및 품종에 따른 마늘 생육 매뉴얼도 수립한다. 

CJ프레시웨이 사내 스마트팜 /사진=CJ프레시웨이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 불안정, 원자재가 상승, 인력 부족 현상 등 농업 위기 심각성을 높이는 가운데 농업 디지털화의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스마트 계약재배 사업을 통해 농가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고품질의 딸기를 수급받기 위해 스마트팜과 협력 중이다. SPC 파리크라상은 스마트팜 기업인 넥스트온과 협업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특성상 일정한 메뉴를 유지해야 한다. 스마트팜 업체로부터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딸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방안을 마련했다.

SPC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딸기 R&D, 샘플 테스트 등 연구개발과 품질 개선도 함께 진행한다"며 "국내 공급 체계가 안정화되면 향후 수출 및 스마트팜의 해외 진출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활약

유통·식품업계에선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사업화를 추진하는 식이다. 자체 개발하는 시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상품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CJ그룹은 올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오벤터스'에서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그룹 계열사들과의 공동 사업화를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여러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스마트팜 스타트업도 있다. 스마트팜 솔루션 기업 '퍼밋'은 하이트진로, CJ프레시웨이 등의 투자를 받았다. 퍼밋은 작물 생육 시설 설계부터 시공, 재배 후 관리·출하까지 제공한다. 퍼밋은 매년 100%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CJ프레시웨이와 편의점 CU는 퍼밋으로부터 딸기를 공급받아 딸기 샌드위치를 생산한 바 있다. 

이마트 연수점에 있는 소규모 스마트팜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마트는 스마트팜 기업인 '엔씽'에 2020년 5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현재 이마트 매장에서는 로메인·바타비아·버터헤드 등 10종 가량의 스마트팜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김제, 부안, 담양 등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딸기를 확보해 딸기행사 물량의 품질을 높였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마트팜을 오는 2030년에 선보일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에 1단계 시설로 착공하기로 했다. 롯데온은 롯데정보통신이 운영하는 스마트팜 농장에서 수확한 유럽형 샐러드 상추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팜은 미래 농업과 식품산업, 식량안보 강화 등에 있어 중요한 기술"이라며 "균일하고 우수한 품질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나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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