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이 본 ‘인간 한동훈’은 “차가운 칼…사안엔 유연, 사람엔 유연하지 않아”
‘조선 제일검’에서 ‘차기 대권주자’까지…당심·민심 일치 증명 ‘화려한 부활’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서초동에서 이름을 날리던 검사 한동훈은 박근혜에서 문재인, 다시 윤석열로 정권이 뒤집히는 소용돌이 속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 거대한 바람은 그를 운명처럼 여의도로 이끌었으며, 법복을 벗기고 집권여당 대표라는 화려한 새 옷까지 입혔다. 62.8%라는 압도적인 당대표 득표율은 108석 수장을 넘어, 다음 소용돌이에선 '주인공'이 되어 달라는 당심의 바람이기도 했다.
강남 중산층으로 나고 자란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검사. 한동훈 대표의 걸음 앞엔 한동안 '레드카펫'이 이어졌다. 2001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이끌며 '재계 저승사자'로 명성을 떨쳤다. 이를 발판 삼아 2009년 이명박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이후 법무부와 대검 등을 거치며 정무 감각을 키웠다.
'윤석열'이라는 빛이자 그림자
'검사 한동훈'으로서 '퀀텀점프'를 한 순간은 2016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으로서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과 함께 전국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조선 제일검'이란 대표적인 별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탄핵 정국 이후 윤 대통령은 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까지 승승장구했고 동시에 한 대표도 중앙지검3차장에서 최연소 검사장으로 직함을 껑충 높여갔다. 이들의 '동반 출세'는 2022년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법무부 장관으로 그를 파격 임명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윤석열의 황태자'라는 수식은 한동안 한 대표에겐 영광에 가까웠다.
권력의 정점으로 향하기까지 부침(浮沈)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19년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하면서 정부·여당(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거센 공세를 받았고, 결국 윤 대통령과 함께 좌천을 당했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돼 2년여 동안 수사를 받는 등 곤란을 겪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은 윤 대통령의 별의 순간이 됐고, 동시에 한 대표에게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됐다.
윤석열 정권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부의 방패'이자 '민주당 저격수' 역할에 충실했다. 야당이 때릴수록 체급은 커졌고, 고성 없이 상대를 휘어잡았다.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이을 보수의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등판설이 난무하던 2023년 말,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구원투수로 그는 화려하게 정계에 첫발을 디뎠다.
'정치인 한동훈'의 여정엔 과거와 견줄 수 없는 굴곡진 '오프로드'가 펼쳐졌다. 20년 가까이 한 방향을 향했던 '윤석열의 길'과 '한동훈의 길'이 교차하면서였다. 한 대표는 총선 중 김건희 여사 문제, 채 상병 특검법 등과 관련해 용산과 다른 목소리를 냈고, 자연히 이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갈등으로 비쳤다. '황태자' '소통령'과 같은 오랜 수식어는 '비윤(非윤석열)‧반윤(反윤석열) 주자'로 대체됐다.
총선 패장으로 마운드를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잠행이 무색할 만큼 정치권에 소환 또 소환됐다. 비상대책위원장직 사퇴 73일 만에 당대표에 도전하며 복귀한 그에게 '비윤'이란 수식어는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채 상병 특검' 수용을 언급한 출마 일성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운명 공동체 관계는 없을 거라는, 윤 대통령을 향한 선언과도 같았다.
보수의 중심부에 칼을 겨누며 이름을 드러냈던 '검사 한동훈'은 이제 보수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정치인 한동훈'이 됐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곧 그를 향한 '정체성 공격'으로 이어진다. 그가 차기 대권에 출마해도 이 문제는 거듭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 순간 옳은 길을 택했다'는 게 한 대표의 입장이다. 그는 몇 해 전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도 "어느 편이 옳은가는 모호하더라도, 무엇이 옳은가는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측근들은 '검사' '정치인'을 떠나 '인간 한동훈'은 변함이 없다고 평가한다. 수년간 그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온 한 측근은 시사저널에 "매사에 차가울 정도로 칼 같으며,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좀체 꺾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 한다"고 전했다. 또한 "리버럴한 성향이라 '사안'에 있어선 사고방식이 유연하지만, '사람'에 있어선 유연하지 않다. 한번 나쁜 사람으로 박히면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며 "정치인이 된 이상 기존의 스타일을 조금 버려야 자기 사람이 늘고 세력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데이터로 본 한동훈 '그때 그 순간'
'한동훈'이라는 이름이 대중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순간은 언제였을까. '네이버 데이터랩'(네이버 검색량을 통해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한동훈' 이름을 입력한 후 그가 전국적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2016년 '탄핵 정국'부터 현재까지 약 8년 간의 검색량을 살펴봤다.
그 결과 한 대표가 가장 많이 검색된 날은 2024년 4월11일(검색량 100‧최대 검색량을 기록한 날을 100으로 설정), 4‧10 총선 다음 날이었다. 이날 그는 여당의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 이번 당대표 출마에 나서기 전까지 70여 일간의 잠행을 시작했다.
다음으로는 2022년 4월13일(검색량 92.8)이 꼽혔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 한 달여 만에 그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날이다. 초고속이었고 파격이었다.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에 비해 사법연수원 기수로 7년 후배이었던 만큼 검찰 선배들의 줄사표가 예고됐다. 장관으로 지명된 한 대표는 당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0년 6월25일은 세 번째로 검색량이 많았다(검색량 70). 바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 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던 한동훈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감찰을 지시한 날이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의 극한 대립 속에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을 압박한 것이었다. 그 밖에 총선 당일인 2024년 4월10일(검색량 42),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2023년 12월21일(검색량 36.8)이 뒤이어 검색량 상위권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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