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적 99.9% 일치"…알리바이 있던 남성, 20년 만에 살인 용의자로

영월농민회 간사 피살 사건 첫 재판

검찰이 장기 미제사건인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5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용의자가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관계자들과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이 25일 첫 재판을 받는다. 사건 발생 약 20년 만이다.

25일 뉴스1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민형)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59·사건 당시 39)에 대한 첫 심리에 나선다. 이날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4년 8월9일 오후 3시30분쯤부터 약 15분 사이 영월군 영월읍 소재의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씨(당시 40·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A씨가 B씨의 배와 목 등을 둔기로 때리고, 날카로운 도구로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A씨가 치정에 의한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A씨와 교제했던 여성이 B씨와 사귀게 되자 범행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사건 발생 후 첫 재판까지 20년이나 걸린 것은 A씨의 알리바이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사건 발생 당일, 영월군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입증되자 용의선상에서 아예 그를 제외한 적이 있고, 이후 증거 부족으로 수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2014년 3월 강원경찰청 장기 미제수사팀의 재수사, 2020년쯤 족적 등 경찰 보강수사, 이후 과학수사를 거쳐 지난달 28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그를 기소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샌들' 족적이 A씨와 99.9%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결과가 기소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A씨의 알리바이에 대해 "사건 당시 계곡에 있던 피고인이 술을 사 오겠다면서 계곡을 나온 뒤, 차를 몰고 사무실(사건 현장)로 가 피해자를 살해하고, 계곡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범행 현장 족적 감정 결과(국립과학수사연구원)를 비롯해 통신내역,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범행 시간쯤 피고인이 사건 현장에 있었음이 명백히 확인된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수사 초기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였다고 주장했으나, 보강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 피고인의 이메일과 외장하드디스크 압수수색 결과 등을 종합해 범행동기를 규명했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