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로 뱅크런 막는다"…韓 신협 전략에 쏠린 '세계의 눈'

김근욱 기자 2024. 7.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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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해 금융 시스템 개선이 최선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해결 방법은 '비금융 서비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영우 신협중앙회 주임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4 세계신용협동조합 컨퍼런스(WCUC)' 강연자로 나서 "문화센터 같은 비금융 서비스로 뱅크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주임은 이날 디지털 뱅크런의 본질적인 해결책은 금융 시스템이 아닌 '비금융 서비스'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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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WCUC]② 어디서나 '돈' 빼는 시대…모바일 뱅킹의 '명암'
디지털 뱅크런 핵심은 '두려움'…"비금융 서비스로 충성도 높여야"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2024년 세계신협 콘퍼런스에서 분할강연 세션에 참여한 신협중앙회 손영우 주임 (신협중앙회 제공)

(보스턴(미국)=뉴스1) 김근욱 기자 =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해 금융 시스템 개선이 최선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해결 방법은 '비금융 서비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40년 역사의 이 은행이 파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6시간. 언제 어디서나 돈을 뺄 수 있는 '모바일 뱅킹' 기술이 야기한 결과다.

손영우 신협중앙회 주임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4 세계신용협동조합 컨퍼런스(WCUC)' 강연자로 나서 "문화센터 같은 비금융 서비스로 뱅크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신협의 파격적인 주장에 세계 신협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 언제 어디서나 '돈' 빼는 시대

세계신협협의회(WOCCU·워큐)는 매년 7월 전 세계 신협인들을 모아 신협의 운영 방향과 도전 과제를 공유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신협중앙회는 한국 신협을 대표해 콘퍼런스에 참석했고, 손 주임은 '디지털 뱅킴의 위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전통적 뱅크런과 디지털 뱅크런은 발생 지점부터 차이가 있다. 그간 전통적 뱅크런은 경제 위기 또는 치명적인 경영 실패로부터 시작됐다면, 디지털 뱅크런은 사소한 금융 손실이나 루머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시작한다.

진행 속도도 다르다. 전통적 뱅크런은 부정적 뉴스를 들은 고객이 직접 은행에 방문해 돈을 인출하는 방식이지만, 디지털 뱅크런은 SNS로 두려움을 느낀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돈을 삽시간에 빼낸다.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2024년 세계신협 콘퍼런스에서 분할강연 세션에 참여한 신협중앙회 손영우 주임 (신협중앙회 제공)

◇ 조합원 충성도 = 뱅크런 안전장치

전 세계 국가들은 SVB 파산사태 이후 비정상적 자금 인출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예금 보험 한도를 상향하는 등 제도 개혁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손 주임은 이날 디지털 뱅크런의 본질적인 해결책은 금융 시스템이 아닌 '비금융 서비스'에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을 상대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손 주임은 "은행에 충성도가 없던 고객은 예금이 전액 보호된다고 하더라도 거래 금융기관을 옮길 것"이라며 "즉시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더 우량한 금융기관을 찾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디지털뱅크런의 주요 원인은 루머가 SNS로 빠르게 퍼진다는 점이다"며 "루머를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비금융 서비스로는 '문화센터'를 꼽았다. 예를 들어 문화센터 운영하는 다양한 수업을 들은 고객들은 자연스레 기관에 대한 유대감을 느낀다. 이는 충성도로 이어지고 SNS에서 루머가 확산돼 뱅크런이 발생할 때도 은행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한국 신협의 생각이다.

◇ 韓 신협 70%가 '비금융 서비스' 제공

현재 한국신협 70%는 비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용인의 수지신협은 2019년 450평 규모의 문화센터를 개관해 피트니스, 필라테스, 요리, 노래, 미술 등 100여 개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의 의왕신협과 대구광역시의 달구벌 신협 등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수준의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손 주임은 문화센터가 충성도 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대외 인지도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물론 뱅크런의 즉각적인 해결책은 아닐 수 있지만, 금융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공백을 메워준다는 것이다.

손 주임은 문화센터를 통한 뱅크런 방지법을 '우회로'라고 표현했다. 그는 "직진이 막혔을 때 우회로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비금융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제공한다면 뱅크런 방지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2024년 세계신협 콘퍼런스에서 참석한 한국 신협 대표단 (신협중앙회 제공)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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