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실망스럽다,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는 사령탑의 쓴 소리, 두산 20대 유격수들이 다시 뭉쳤다

심진용 기자 2024. 7. 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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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준영이 24일 잠실 키움전 7회말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때리고 박수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 17일 팀내 20대 유격수 3인방을 향해 이례적으로 쓴 소리를 했다. “나가는 선수들마다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했고 “죽기살기로 하지 않으면 자리 차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도 높은 수위로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베테랑 김재호(39)가 1군 엔트리 말소된 이후 두산 유격수는 박준영(27)과 이유찬(26), 전민재(25) 등 비슷한 나이대 3명의 경합 체제가 됐다. 사령탑은 셋이 서로 경쟁하며 성과를 보여주길 바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쓴 소리가 나왔다. 이 감독이 지난해 부임 이후 줄곧 고민했던 포지션이었다.

감독의 쓴 소리가 효과를 본 것일까. 전민재가 17일 그날 바로 멀티 히트를 때려냈다. 이유찬도 힘을 냈다. 22일 키움전 1번 타자로 나와 1회말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렸다. 유격수가 아닌 외야수로 생애 첫 선발 출장했지만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그리고 남은 한 명, 셋 중 맏형인 박준영까지 힘을 내기 시작했다. 박준영은 23일 키움전에서 4-2, 2점 차로 앞서던 7회말 2사 만루에서 3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키움을 7-4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박준영은 “앞선 타석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어떻게든 나한테까지 타석이 돌아오기를 바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간 좀처럼 타격이 터지지 않아 고민이던 박준영이 모처럼 웃었다.

두산 이유찬.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전민재. 두산 베어스 제공



사령탑의 질책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풀 죽어 있어서도 안된다. 박준영은 “감독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기사로 봤다. (이)유찬이, (전)민재 셋이 모여서 같이 이야기도 했다. ‘감독님 말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하던대로 열심히 하자’ ‘너무 다운되어 있지는 말자’ 같은 이야기를 후배들하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준영은 “그래서 유찬이나 민재도 좀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저도 좀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영은 “저도 잘하고, 유찬이·민재까지 같이 잘하는게 팀으로 볼 때는 좋은 게 아니겠느냐”며 “누가 시합을 나가든 서로 응원하고 파이팅해 주다보니 다 같이 잘하는 날도 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장 본인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후배들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결국 그게 선배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다소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었던 박준영 본인을 북돋았던 건 누굴까. 박준영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곁에서 늘 응원해 주는 아내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는 것. 박준영은 “아내한테는 사실 최대한 야구 얘기를 안하려는 편인데, 아내도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말을 안해도 어떤 마음인지 잘 아는 것 같다. 너무 고맙다”고 했다. 박준영의 아내는 골프 선수 출신이다.

최근 두산은 팀 분위기가 썩 좋지 못했다. 후반기 부진이 길었다. 1군 코치진을 대폭 개편했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도 방출했다. 박준영은 “주장인 (양)석환이 형부터 다른 선배들이 어린 선수들 눈치 안보고 야구 할 수 있게 편하게 만들어 주셨다. 저희도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다보니 조금씩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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