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대진운 한국 탁구 외면했다, 곳곳에서 만리장성 기다린다… 임종훈-신유빈, 4강 가면 중국과 격돌(종합)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끊긴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탁구가 ‘세계 최강’ 중국을 피하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최강 평가를 받는 중국을 최대한 피해야 했지만, 결국 중국을 넘어야 금메달이 보이는 대진표를 받아들였다. 실력으로 돌파하는 방법 밖에 없다.
25일(한국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는 파리 올림픽 탁구 대전 추첨이 진행됐다. 메달을 위해서는 ‘대진운’도 필요한 만큼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으나 결과적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전략 종목’인 혼합복식에 나서는 임종훈(27·한국거래소)-신유빈(20·대한항공) 조는 결승 길목에서 중국을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남녀 탁구의 간판들도 결국 중국을 넘어야 결승까지 갈 공산이 크다.
대진 추첨은 국제탁구연맹(ITF) 랭킹을 기본으로 해 진행됐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당초 세게 랭킹 2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하야타 히나 조에 역전 당하면서 3위로 밀려났다. 그 여파가 이번 대진에서도 드러났다. 준결승까지 중국을 피하고, 결승에 올라가 중국과 한 판 승부를 벌이는 대진을 기다렸지만 중국과 한 바구니에 묶였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준결승까지는 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준결승에 가면 세계 랭킹 1위인 왕추진-쑨잉사(중국) 조와 만나게 된다. 반대쪽 바구니에는 세계 랭킹 2위인 하리모토-하야타(일본) 조가 들어갔고, 세계 랭킹 4위인 웡춘팅-두호이켐(홍콩) 조가 들어갔다. 랭킹대로 일정이 진행된다면 한국-중국 조 승자에 일본 조가 금메달을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단식·단체전에 비해 혼합 복식은 의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2020년(실제 개최는 2021년) 도쿄 대회 당시에도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일본의 하리모토-하야타 조가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며 중국의 탁구 독식을 저지했다. 하리모토-하야타 조는 세계 랭킹 2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연패에 도전한다.
지난 대회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중국은 남녀 단식 랭킹 1위인 왕추친과 쑨잉사를 묶어 금메달 탈환에 나선다. 혼합 복식 전문 코치까지 따로 배치하는 등 이 종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임종훈-신유빈 조를 오랜 기간 육성하며 호흡을 맞추게 했다. 이번 대회에서 깜짝 이변을 일으킨다는 각오였으나 일단 준결승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겨도 결승 진출이 예상되는 하리모토-하야타 조가 만만치 않다. 험난한 길이다. 2번 시드를 지켰다면 중국을 결승에서나 만날 예정이었지만 하필 대회 직전 떨어진 랭킹이 야속했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독일의 치우 당-니나 미텔함(세계 랭킹 11위) 조와 첫 판을 치른다. 16강에서 이긴다면 8강은 루마니아-호주 팀의 승자와 맞붙는다. 여기까지 이기고 올라가면 세계 최강인 중국이 기다리고 있다.
남자 단식에서는 장우진(29·미래에셋증권)이 8번 시드를 받았다. 64강 첫 판 상대는 다니엘 곤살레스(푸에르토리코)다. 장우진의 대진도 쉽지 않은 편이다. 대진표대로 강자가 이긴다고 가정할 때 8강에서 세계랭킹 부동의 1위인 왕추친(중국)을 만난다. 남자 단식의 또 다른 기대주인 조대성(22·삼성생명)은 카낙 자(미국)-블라디슬라프 우르수(몰도바)의 승자와 64강전을 치른다. 조대성은 16강까지 오를 경우는 2번 시드인 판전둥(중국)과 만나게 된다.
여자 단식의 간판들인 신유빈과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도 결승까지 중국 선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64강전에서 멜리사 태퍼(호주)와 만나 대회를 시작하는 신유빈은 4강에 가면 2번 시드인 천멍(중국)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푸유(포르투갈)을 64강에서 상대하는 전지희는 16강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쑨잉사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신유빈·전지희·이은혜(29·대한항공)가 출격하는 여자 단체전은 16강에서 한 수 아래인 브라질을 상대한다. 다만 4강에서 중국 단체팀과 만날 것으로 예상돼 금메달 도전이 험난하다. 장우진·임종훈·조대성이 나가는 남자 단체전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대회를 시작하지만, 8강에서 중국을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탁구는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첫 메달을 노리며 와신상담 중이다. 탁구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남자 단식 유남규, 여자 복식 양영자-현정화)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구기 종목으로 꾸준하게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강인 중국 다음으로 탁구 종목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종목이 한국이다.
한국은 이번 파리 대회를 앞두고 혼합 복식을 전략 종목으로 뽑으며 남녀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노려본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임종훈-신유빈 조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조로 기대를 모았다. 중국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 한국 탁구가 파리에서 만리장성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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