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투자심리 '대공황'…뉴욕증시 정점론 나왔다 [이슈+]
간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기대에 못 미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실적에 대한 실망매물 출회로 일제히 급락했다. 증권가에선 이달 들어 미 빅테크 중심 대규모 투매가 연출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추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동안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한 빅테크 기업인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부각된 점이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5일 간밤 뉴욕증시에 대해 "M7의 시가총액은 하루 동안 7600억달러(약 1052조원)나 증발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낙폭을 보였다"며 "특히 이달 들어 지난 11일(5974억달러), 17일(5265억달러)에 이어서 세 번째 대규모 시총 감소를 기록한 것은 향후 증시 방향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주에 대한 '성장 의문'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날 장 종료 이후 실적을 공개한 테슬라와 알파벳이 이날 각각 약 12%, 5%씩 내린 것을 계기로 기술주에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알파벳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음에도 신사업 분야에서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서 연구원은 "테슬라는 로보택시 분야에서 의미있는 내용을 공개하지 못 했고, 알파벳은 AI 분야에서 아직 뚜렷한 수익 창출이 없는데도 투자는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빅테크들의 실적 우려로 증시 변동성은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과 함께 M7 불확실성이 겹친 데 대한 걱정도 크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등장하면서 미 대선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빅테크 실적 부진까지 덮쳤다"며 "매크로 불확실성을 벗어나려면 호실적을 기대하게 되지만, 오히려 이렇게 높아진 기대감이 주가 반등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증권가는 미 빅테크들이 AI '엔드 마켓'(최종 소비자 시장)에서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주가 상승 동력이 장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그간 빅테크들의 AI 설비투자 경쟁을 호재로 인식했던 엔비디아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공격적 투자를 시사했는데도 하락한 점은 놓치지 말고 짚어야 할 부분"이라며 "AI 산업의 주요 과제인 'AI 엔드마켓 수익시점 가시화'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고금리도 무시했던 AI 투자사이클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간밤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모두 내렸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 들어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나스닥은 3.6% 폭락하면서 2022년 10월 7일 3.8% 급락한 뒤로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기 때문. S&P500도 2.31% 급락해 2022년 12월 15일 2.49% 밀린 후 최대 하락폭을 찍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5% 하락했다.
기술주 위주로 집중적인 투매 물량이 출하됐다. 나스닥은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M7 중에선 테슬라가 12.33% 급락하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실망감을 주면서 투자심리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테슬라의 실적은 4개 분기 연속으로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빅테크들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전날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내놓았지만, 기술주를 던지는 시장 흐름을 이기지 못 했다. 알파벳 A주와 C주 모두 5%대 내렸다. 엔비디아는 6.8% 급락했고 메타플랫폼스도 5.61% 떨어졌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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