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인의 삶에 보헤미안 정서·민족적 선율 담은 ‘국민 오페라’[이 남자의 클래식]
체코어로 제작된 ‘3막극’
애국심과 민족정신 고취
목관 파트 선율 ‘인상적’
스메타나 세계에 알린 걸작
‘체코 음악의 아버지’는 단연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이다. 체코의 음악가 하면 흔히 드보르자크(1841∼1904)를 가장 먼저 떠올릴 테지만 그보다 17년 연상의 스메타나는 체코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체코 민족주의 음악을 상징하는 대표 음악가이다. 그는 풍부한 화성이 넘치는 낭만주의 음악에 체코를 상징하는 보헤미안 정서와 민족적 선율을 더함으로써 체코 민족주의 음악을 확립시켰다.
스메타나를 국민 음악가의 반열에 오르게 함과 동시에 세계적 관심을 이끌어 낸 최초의 작품이 바로 오페라 ‘팔려간 신부’이다. 32살이 되던 1856년 당시 체코는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있었다. 오스트리아가 체코의 문화 예술계에도 검열이라는 이름으로 탄압을 가해오자 스메타나는 조국을 떠나 스웨덴으로 건너간다. 스웨덴의 예테보리에 음악학교를 세워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조국을 위해 음악을 통한 민족주의운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였다.
1859년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그 힘이 약화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지배국에 대한 억압과 탄압도 느슨해져 갔다. 이 소식을 듣게 된 스메타나는 1861년 조국 체코로 귀국해 프라하에서 민족주의 예술인들과 함께 민족예술 부흥운동을 이끌어 나가기로 결심한다.
귀국한 이듬해인 1862년 프라하에 국민가극장이 설립되자 스메타나는 체코인들을 위한 애국심과 민족정신을 고취시킬 만한 오페라 작업에 착수한다. 당시 오스트리아 압제하의 체코는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스메타나 역시 모국어는 독일어였다. 그 역시 체코어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조국의 언어인 체코어로 된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결심해 카렐 사비나의 체코어 대본에 의한 전 3막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를 완성해냈다. 마침내 체코인들의 삶과 언어, 보헤미안의 정서와 민족적 선율 모두를 한데 담아낸 최초의 국민 오페라가 스메타나의 손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1860년대 보헤미안의 소박한 농촌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팔려간 신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농부의 딸 마르젠카는 떠돌이 청년 예닉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마르젠카는 근심이 가득하다. 왜냐하면 그녀의 부모는 자신들의 빚을 탕감하기 위해 농장주이자 마을의 지주인 미하의 아들 바젝에게 마르젠카를 시집보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젠카가 바젝과의 혼인을 완강히 거부하자 중매쟁이 케샬은 그녀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예닉을 찾아가 헤어져 줄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는데 사실 예닉은 마을의 지주 미하의 아들이자 바젝의 배다른 형제였다. 아버지 미하가 재혼한 후 계모는 예닉을 심하게 구박했고 이를 못 견딘 예닉은 집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는 예닉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예닉은 이를 이용해 중매쟁이 케샬에게 교묘한 조건이 달린 계약을 제시한다. 첫째, 마르젠카는 미하의 아들과 혼인하기로 한다. 둘째, 마르젠카는 신랑감을 직접 선택할 권리가 있다.
셋째, 혼인이 성사되면 마르젠카 부모의 빚은 전액 탕감된다. 그리고 넷째, 혼인이 성사되면 중매쟁이 케샬은 나 예닉에게 300굴덴을 지불한다.
마르젠카는 예닉이 돈을 받기 위해 계약서까지 써가며 자신을 팔아버린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예닉은 미하의 아들이었던 것이 밝혀지고 모두의 축복 속에 마르젠카와 결혼하며 오페라의 막이 내린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오페라 ‘팔려간 신부’ 서곡
오페라 ‘팔려간 신부’는 스메타나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걸작으로 1866년 5월 30일 지금의 프라하 국립극장인 국민가극장에서 초연됐다. 서곡이 특히 유명해 오페라에서뿐만 아니라 따로 발췌해 오케스트라의 콘서트에서도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단골 레퍼토리이다. 보헤미안 특유의 정취와 체코의 민속 춤곡 선율이 어우러진 경쾌한 음악으로 특히 목관 파트의 선율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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