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설' 중심에 있었던 엔스, 후반기 ERA 0.47 '환골탈태'…그런데 염갈량의 칭찬은 65억 포수가 독차지, 왜?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박)동원이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1차전에 앞서 디트릭 엔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포수 박동원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LG는 2022시즌이 끝난 뒤 안방마님 유강남과 결별했다. 유강남이 롯데와 4년 총액 80억원에 손을 잡은 까닭. 물론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포수와 결별은 아쉬웠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LG는 곧바로 박동원과 4년 총액 65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안방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다. 그리고 박동원은 지난해 130경기에 출전해 102안타 20홈런 75타점 54득점 타율 0.249 OPS 0.777의 성적을 거두며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올해 박동원은 24일 시점에서 타율 85경기에 출전해 75안타 14홈런 55타점 41득점 타율 0.277 OPS 0.856로 타석에서 모습이 매우 좋아졌다. 하지만 박동원이 빛나는 포인트는 단순한 공격력이 아니다. 투수와의 볼 배합, 호흡에서도 매우 영리하다는 것이 염경엽 감독의 설명. 지난 23일 디트릭 엔스가 롯데를 상대로 6이닝 동안 4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의 투구를 선보였는데, 사령탑은 이를 바탕으로 박동원에 대한 칭찬을 아낌 없이 쏟아냈다.
당시 엔스는 최고 152km의 직구(34구)와 커터(31구)-체인지업(20구)-커브(7구)를 섞어 던지며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염경엽 감독은 평소 엔스에게 좌우로 무브먼트가 생기는 체인지업보다 상하로 변화가 큰 포크볼에 대한 투구를 요구하는 편이다. 하이패스트볼이 강력한 무기인 엔스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볼 배합이다. 그런데 23일 엔스는 체인지업을 무려 20구나 뿌렸다. 올 시즌 엔스의 투구 중 가장 많은 체인지업 구사였다.
염경엽 감독은 후반기가 시작된 후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 중인 엔스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공을 던져야 하는지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 문을 열더니 "가장 중요한 것은 (박)동원이가 엔스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이다. 동원이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엔스가 동원이에게 의지를 한다"며 엔스보다 박동원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유는 23일 엔스와 볼 배합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박동원이 그날그날 잘 들어오는 공을 잘 파악하고, 상대 타자들의 스윙을 계산하면서 가장 강력한 볼, 잘 들어오는 볼을 잘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엔스의 투구수도 줄었다. 6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7이닝을 던질 뻔했다"며 "나는 엔스에게 포크볼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동원이가 체인지업 사인을 냈는데, 잘 들어와서 사용을 한 것 같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던졌을 것이다. 엔스의 컨디션에 따라 대처를 잘할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엔스는 한때 '잠실예수' 케이시 켈리와 함께 '교체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기대했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던 까닭. 그러나 지금은 켈리가 갖고 있던 '에이스'의 칭호를 물려받고 1선발로 거듭났다. 후반기 3경기에서 19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실점이 단 1점에 불과한 것을 보면 엔스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 수 있다. 이 배경에는 엔스가 좋은 투구를 펼친 것도 있지만, 단순히 상대 타자들의 약점만 공략하는 것보다 공을 받았을 때 가장 컨디션이 좋은 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 타자들을 공략한 박동원의 공도 숨어있다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포크볼이 좋으면 포크볼, 커브가 잘 들어오면 커브, 슬라이더면 슬라이더. 동원이가 엔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가장 좋은 공을 사용한다"며 "그래서 경기를 할 때도 더그아웃에서 동원이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한다. 투수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포수의 영향이 매우 크다. 올해 박동원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투수와 호흡을 맞추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측면이 눈에 띄게 좋아진 박동원, LG 입장에서는 유강남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포수를 손에 넣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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