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강’ 대신 ‘러브샷’ 택한 尹-한동훈…“韓 외롭게 말라”

尹, 與 신임 지도부와 낙선자 초청해 2시간 만찬…키워드는 ‘당정 원팀’
尹 “선거 때 일은 다 잊는 법”…韓 “尹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선”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신임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러브샷'을 하며 총선부터 이어진 갈등설을 일축시키고 "당정 원팀"을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외롭게 하지 말라"고 주변에 당부했고, 한 대표는 "대통령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로 한 대표와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청년) 최고위원을 비롯한 신임 지도부는 물론, 추경호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도 함께 초청했다. 또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낙선한 당대표 후보도 만찬에 함께 불렀다. 전당대회 이튿날 곧바로 당 단합의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이날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이상 참모진이 참석했으며 김건희 여사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만찬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와 만난 직후 곧바로 악수하며 "수고 많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야외 정원에서 대기하던 참석자들과도 차례로 인사를 나누며 "비 올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이 좋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참석자들은 손을 맞잡고 "국민의힘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도 함께 촬영했다. 윤 대통령의 좌우로는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위치했다.

참석자들은 '격의 없이 대화하자'는 취지에 따라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자리했다. 또 2시간 가량 진행된 만찬에는 삼겹살과 돼지갈비, 상추쌈, 빈대떡, 김치김밥, 과일 등이 제공됐다. 해당 메뉴들은 윤 대통령이 직접 선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삼겹살은 당·정·대 통합의 의미"라며 "막역한 사이에서 먹는 음식으로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해 나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맥주를 마시고 한 대표는 제로콜라를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사람은 만찬 분위기가 무르익자 '러브샷'을 하며 당정 화합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양측은 지난 총선 정국에서 이른바 '사천 논란'과 '황상무·이종섭 논란'을 계기로 갈등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20년 지기에서 결국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소문까지 들리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설을 일축하듯 윤 대통령은 "선거 때 있었던 일은 원래 다 잊는 것"이라며 "이제 전당대회가 끝났으니 패배한 후보들하고도 다 한 팀으로 뭉쳐서 당정관계를 잘해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다른 참석자들에게도 "한 대표를 외롭게, 힘들게 하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주라"고 부탁했다는 전언이다. 또 "용산팀과 여의도팀(국민의힘)이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면서 "다른 수석들도 필요한 게 있으면 긴밀히 협조해서 정책들을 잘해나가자"며 소통도 강조했다.

이에 한 대표도 "대통령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대표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보들도 당정 결속을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우리 모두 대통령의 수석대변인이 되자"고 강조했고, 윤상현 의원은 "대화하고 배려하고 격려하자. 대통령의 성공이 당의 성공이고 모두의 성공"이라고 역설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우리는 하나 되는 원팀"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만찬은 윤 대통령이 전날 김대기, 이관섭 등 전·현직 비서실장과 가진 만찬에서 전격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 직후 이례적으로 빠른 시점에 성사된 셈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출범했던 '김기현 지도부'의 경우는 윤 대통령과 지도부 간 만찬이 전당대회가 열린지 5일 만에 잡힌 바 있다.